[문화칼럼] 김은주류(流) 가야금 산조를 기다리며
[문화칼럼] 김은주류(流) 가야금 산조를 기다리며
  • 승인 2019.10.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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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수성아트피아 관장
수성아트피아 ‘아티스트 인 대구’ 2019년 두 번째 무대 ‘김은주 가야금 독주회’가 지난 10월 18일 열렸다. 이날 연주 직후 장단을 맡은 목원대 교수 이태백은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의 중요한 가야금 연주의 장단을 다 쳐 봤다. 김은주 베스트여!” 그의 목소리와 눈빛에서 감동과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태백은 아쟁 명인이자 많은 국악 연주자들이 그와 작업하기를 원하는 장단의 대가다.

또 다른 이는 “김병호류 가야금 산조를 가장 잘 연주한 사람은 강문득이다. 그리고 김은주의 산조는 강문득에 가장 접근했다. 이제 김은주가 아니면 김병호류 산조다운 연주는 맥이 끊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날 공연장을 처음 찾은 사람도 다수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가 “가슴에 울렁임이 있었다”고 했다. 과연 40분에 이르는 가야금 산조가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가시는 순간이었다.

1990년 ‘KBS 서울 국악대경연’이 최초로 열렸다. 국립국악원 대회, 동아 콩쿠르 그리고 전주대사습놀이등 기존의 권위 있는 국악 경연대회를 뛰어넘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콩쿠르를 만들기 위해 KBS와 삼성문화재단이 당시로서는 거액의 상금을 걸고 대회를 새로이 만들었다. 신인뿐만 아니라 기성음악인까지 총망라한 이 대회에서 그들의 기대(?)와 달리 당시 지방 대학 3학년 학생이 현악부문 금상을 거머쥐었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와 금상 수상이 오히려 초라해 보일 정도의 놀라운 연주 실력에 전국적 화제가 된 사람. 그가 바로 현 대구시립국악단 가야금 수석 김은주다. 그를 키운 스승은 지금은 작고하신 강문득이다. 5.16 민족음악상 대통령상 수상, KBS국악대상을 수상한 가야금의 명인 강문득은 “100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연주자, 가야금 한 줄만 있어도 산조가 가능한 사람”이란 평을 받을 만큼 불세출의 연주자였다.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자신에게 아주 엄격했던 강문득은 제자들에게도 그러했다. 이런 스승으로부터 혹독하리만큼 엄격한 지도아래 김은주의 가야금은 탄생하고 완성되어 갔다.

김은주는 그동안 한국의 자랑스러운 가야금 연주자로서 수많은 무대에서 찬사를 받아왔다. 일본,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이탈리아, 독일 등 많은 해외 무대에서 가야금의 세계를 선보여 왔다. 대구시립교향악단,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대구시립국악단 그리고 오센틱 라이트 오케스트라 등 여러 권위 있는 단체와 많은 협연도 가졌다. 그러나 그는 이제 새로운 기로에 서 있다.

스승이 가고 없는 지금 김은주는 마음 붙일 곳이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음악은 정직한 것! 이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있다.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기는 언제나 어렵다. 그러나 김은주는 그 길을 굳이 외면하지 않는다. 정직한 음악을 위해서는 언제나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김은주 음악의 지표는 너무나 명확하다. 그에겐 강문득이 있다. 언제나 스승처럼 음악을 하고자 노력했다. 옆을 바라볼 필요도 없고 주위를 두리번거릴 이유도 없다. 스승만 바라보면 된다. 그리고 이것은 그에게 절망임과 동시에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대한 산과 같은 스승의 음악은 넘기가 너무나 힘이 들어 때로는 걸음을 멈추기도 하지만, 그의 가르침은 명확하고 진실하여 김은주는 오늘도 스승이 남긴 빛을 따라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자산을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 우리에겐 이런 빛나는, 키워야 할 자산이 많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가야금 김은주의 음악이다. 그동안 만들어온 그의 음악적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 이제 그의 음악적 동지들은 “김병호류 산조에서 김은주류 가야금 산조를 세상에 내 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은 스승 강문득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 간다. 시키는 것만 할 줄 아는 사람이라 그것은 언감생심”이라 한다. 그러나 이제 스스로 존재의 의의에 답해야 할 때가 왔다.

국악이 자리하고 있는 주변을 둘러보자. 우리의 전통은 아름답고 귀한 것이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노력을 국악인들은 과연 얼마나 하고 있나. 어설픈 퓨전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려받은 유산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것을 위하여 수성아트피아는 기초예술에 더 많은 장을 펼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아티스트 인 대구 무대를 통하여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발견 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을 후학들은 발전 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을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의무가 또한 김은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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