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나무…갤러리에 물든 가을' 갤러리 인 슈바빙, 김선영 개인전
'형형색색 나무…갤러리에 물든 가을' 갤러리 인 슈바빙, 김선영 개인전
  • 황인옥
  • 승인 2019.10.3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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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색상의 나무·한 쌍의 새…
딸에게 선물하고픈 ‘행복한 세상’
에폭시로 입체·반짝임 효과 부여
김선영-전시작
김선영 전시작.

작가 김선영은 화가일까? 동화작가일까? 나무를 그렸다고 하는데 꽃잎인지 나뭇잎인지 모호하다. 꽃잎보다 작은 나뭇잎이 산처럼 쌓인 가지 위에 알록달록한 아파트들이 새집처럼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있고, 그 위를 천사처럼 작고 귀여운 새 두 마리가 행복에 겨워 노닐고 있다. 기억은 가물 하지만 어린 시절 꾸었던 꿈속 풍경이나 동화 속 세상이 이랬을까 싶다. 이야기가 넘실대는 작가의 나무에 사랑스러움이 뭉게구름처럼 두둥실 떠다닌다. “누구나 꿈꾸는 동화 같은 세상을 구현했어요.”

서양화가 김선영 개인전이 갤러리 인 슈바빙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아름다운 나무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30여점의 나무작품들이 토해내는 “여기야말로 가을 단풍을 즐기기에 제격”이라는 외침으로 메아리친다. “가을이라 알록달록한 단풍색으로 나뭇잎을 표현해 봤어요. 먼 산을 찾기가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갤러리 인 슈바빙으로 단풍구경을 오시는 건 어떨까요?”

행복과 불행이 얽히고 설켜 소용돌이치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전형적인 동화 속 이미지를 닮아서일까? 뽀송뽀송 청량감으로 넘실대는 작품 속 나무를 작가가 ‘행복나무’라고 명명했다. 세상의 모든 동화가 바라마지 않았던 ‘행복’에 대한 염원이 작가의 작품에 오롯이 이식됐다는 것. “ 누구나 꿈꾸는 행복한 세상을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작가가 불현 듯 딸 이야기를 꺼내며 미소를 띠었다. “딸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동화 같은 세상은 어떤 세상이야?’라고 물었어요. 그때 제가 ‘너에게 주고 싶은 세상’이라고 답했죠. 그 답이 그림으로 표현됐죠.” 그녀의 나무 풍경은 엄마가 어린 딸에게 선물하고픈 그림동화였던 것. “어린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는 나에게, 그리고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에게 제가 꿈꾸는 행복한 세상을 선물하고 싶어요.”

두 가지 측면에서 아이덴티티를 확보한다. 꽃잎인지 나뭇잎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아주 작고 사랑스러운 나뭇잎의 향연, 그 위로 물과 날씨 변화에 잘 견디고 빨리 굳으며 접착력이 강한 접착제 에폭시를 바르는 과정을 3~4겹 중첩한 방식 등. “우연히 유튜브에서 일본 작가가 에폭시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문득 내 작업에 활용해 보고 싶어졌어요.” 작업 초기에는 땅 위의 잔디 같은 효과로 나뭇잎과 에폭시를 중첩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의 나무 형태로 발전했다. “에폭시를 사용해 중첩한 결과 평면이 입체로 변화”하고 “투명한 효과가 주는 반짝임이 주제를 강화”한다.

나무와 집과 새는 인간세상에 대한 은유다. 따뜻하고 밝은 톤의 형형색색 나뭇잎으로 풍성한 나무는 편안한 안식처를, 그 위를 노니는 한 쌍의 새는 사람을, 집은 사람들이 염원하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상징한다. 작가가 “그림으로 그린 동화인 만큼 작품 속에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거”라는 명확한 정형성을 추구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작가가 메시지를 제시하기보다 관람객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기를 희망한다. “세상 사람들의 삶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제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표현했지만 각자의 삶으로 공감할 수 있는 여기가 크죠.” 이별의 상처로 아픈 사람이라면 한 쌍의 새를 보며 떠난 사람을 떠올리고, 이제 막 인연을 만난 사람이라면 한 쌍의 원앙처럼 본다는 것. 전시는 갤러리 인 슈바빙에서 8일까지. 053-257-172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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