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개혁과 정시 비중 상향, 어느 것이 우선인가
학종 개혁과 정시 비중 상향, 어느 것이 우선인가
  • 승인 2019.10.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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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교사


정부와 교육부 간의 조정 문제도 현재진행형이지만, 정시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입정책이 개혁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나는 정시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결정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진다. 물론 수도권의 일부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10% 선의 조정이라는 이야기가 있긴 하다. 하지만 정시를 확대한다는 정부의 판단에는 ‘시험으로 대학을 보내는 것이 가장 공정한 방법이다’는 의중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나? 수능시험을 강화하는 것이 대입의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인지 깊이 고민해 볼 문제다.

사실 30%이거나 40%이거나 어차피 ‘수능’이 존재하는 한, 지금 고등학교는 그 운영에 있어서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능이 정말 아이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아이가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발산하도록 이끌어주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다른 방안을 찾아오고 있었다.

정말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수능을 강화하는 것은 상당히, 아니 완전히 공정한 것이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아이들은 자신의 대학을, 진로를 선정한다. 아이가 가진 그 어떤 재능이나 관심, 경력도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잣대는 불공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그렇게 대학에 간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래사회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단순한 지식 암기 속에서 세계 각종 비교 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 학생들이 도태되고 있다는 보고도 늘어났다.

이 이야기는 벌써 십 년도 더 전부터 고민하던 문제였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의 대입제도에까지 온 셈이다. 그런데 지금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수십 여 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방법이라면, 이거 참 김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의 교육개혁이 ‘말짱 도루묵’이란 말이니까.

언젠가 미래의 일로, 수능이 대폭, 전면적으로 강화되었을 때 우리 교실을 떠올려보자. 아이들은 이제 딱 한 번의 마지막 시험, 수능만 잘 치면 그만이다. 아이들은 그 날의 ‘대박’을 위해서 달려간다. 학교? 별 의미 없는 곳이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외우고, 문제를 잘 풀지만 연구해도 시원찮을 판에 인성교육이 어떻고, 세계시민이 어떻고 할 겨를이 없다. 역량을 키우는 수행평가, 실생활 중심의 문제도 필요 없다. 시험 외의 모든 것은 배제될 수밖에. 재수학원이나 입시학원 따위의 사교육은 곧 기세등등해질 것이다. 고교 서열화 문제는 끝끝내 해소되지 못할 게 당연하고. 이러한 상상은 사실 십여 년 전부터 지겹도록 이야기하던 ‘식상한’ 내용이다. 이러한 일이 고등학교의 교실에만 펼쳐질 것인가? 중학교, 심지어는 초등학교로 내려올 풍경일 터다.

학교 내의 문제들은 어쩌면 아주 작은 수준이다. 세계가 원하는 인재는 정말 시험으로 결정되는가? 이러한 학습 방식의 변화는 인성과 리더십, 의사소통 능력, 탐구하는 능력의 부족 등으로 연결된다. 그러한 아이들이 만들어갈 사회는 어떠한 모습일까? 물론 그렇게 살아왔던 지금의 어른들은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지만, 이 아이들이 만들어갈 세계는 지금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게 문제다.

물론 학종만이 최고의 방법이란 말은 절대 아니다. 당연히 학종에도 무수한 문제가 존재한다. 최근의 이슈와 같은 공정성 문제는 학종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이다. 수능은 논술, 학종 등과 더불어 학생을 다각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유용한 잣대 중 하나다. 어떠한 것을 선별하는 잣대가 딱 하나만 존재하는 것은 좋지 않다. 실상 학자들의 여러 연구에서도 다각적인 선별 잣대가 유능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음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교육은 정치가 아니다. 백년지대계라는 오랜 말이 전해오듯, 차가운 머리로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교육 문제에 대한 발빠르지만 너무 단순하고 쉬운 처방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설사 우리 모두가 당장의 대입 공정성에 목마를지라도, 이 정도로 쉽게 결정할 내용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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