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나(3) - 배우기 싫어하면 돌아오지 않는다
제비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나(3) - 배우기 싫어하면 돌아오지 않는다
  • 승인 2019.10.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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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그 옛날 이 땅에는 수많은 제비들이 찾아왔습니다.

지혜로운 우리 선조들은 이 제비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제비로부터 사람의 도리를 배웠다는 기록은 지혜나 지식은 겸손에서 얻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모름지기 우리 선조들은 제비의 날갯짓 하나에도 많은 이치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속에서 깊은 가르침을 찾아내었습니다. 바로 격물치지(格物致知)의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이에 대해 한양대학교 정민 교수는 몇몇 우리 선조들의 시(詩)와 글을 예로 들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선 정조 때에 영의정을 지낸 김익의 ‘연래(燕來)’라는 시에는 제비의 의리가 사람보다 낫다는 가르침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不厭主人茅屋深 주인의 초가집 깊은 것도 마다 않고

年年春至舊巢尋 해마다 봄만 되면 옛 둥지 찾아오네.

可笑世間趨勢子 인간 세상 명리 좇아 헤매는 자들아

以人不若彼微禽 사람으로 저 새만도 못함을 비웃노라.



초가(草家)라 하면 풀로 지붕을 이은 가난한 집을 말합니다. 제비는 주인집이 아무리 가난해도 다시 찾아오지만 사람들은 득(得)을 따져서 이리저리 헤매니 제비만도 못하다는 지적입니다.

‘정승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북적대지만 정작 정승이 죽으면 언제 보았느냐는 듯이 썰렁하다.’는 말과 상통(相通)한다 하겠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개구리도 ‘맹자’를 읽을 줄 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맹자’ 양혜왕(梁惠王)편에 나오는 ‘독락악여중락악숙락(獨樂樂與衆樂樂孰樂)’이라는 구절을 또박또박 소리대로 빠르게 읽으면 개구리의 개굴개굴 하는 소리와 흡사하다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실제 뜻은 “혼자 풍류를 즐기는 것과 무리가 풍류를 즐기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즐거운가?”라고 합니다. 이 구절의 뜻을 깊이 이해하지 않고서는 개구리 소리와 연결 짓기 힘들 것입니다.

심지어는 꾀꼬리도 ‘장자’를 잘 읽는다고 여겼습니다. ‘장자’에 “이지유지지비지(以指喩指之非指), 불약이비지유지지비지(不若以非指喩指之非指), 이마유마지비마(以馬喩馬之非馬), 불약이비마유마지비마야(不若以非馬喩馬之非馬也)”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를 빨리 읽으면 꾀꼬리가 재잘대는 소리와 흡사하다고 본 것입니다. 이 말은 “엄지를 손가락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엄지가 아닌 것을 가지고 손가락이 아니라고 하는 것만 못하다. 백마(白馬)를 말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은 백마가 아닌 다른 동물을 가지고 말이 아니라고 하는 것만 못하다.”라는 의미심장한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우당(於于堂) 유몽인(柳夢寅, 1559~1623)의 ‘어우야담(於于野談)’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또한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 선생도 ‘관물편(觀物篇)’에서 제비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제비는 집 들보에 둥지를 틀어 사람과 가깝다. 사람과 가깝게 지내면 벌레와 짐승의 해를 피할 수가 있다. 만약 사람이 자신을 잡아먹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높이 날아 가버렸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제비보다 지혜로운 것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제비는 사람이 저를 해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집 들보에 둥지를 틀어 짐승의 해를 피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새와 개구리 등 온갖 생물의 소리와 행태만으로도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모두 짐작하였습니다. 이는 사물들의 소리와 행태에 깊은 뜻을 담아 해석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경지입니다.

흔히들 정보(情報)에서 지식(知識)를 찾고, 지식에서 지혜(知慧)를 이루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듣고 보는 모든 것에서 높은 지혜를 기르는 안목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제비는 분명히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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