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한 회색빛 도시…우리 모두 ‘녹색 등불’ 밝혀요
우중충한 회색빛 도시…우리 모두 ‘녹색 등불’ 밝혀요
  • 임종택
  • 승인 2019.11.0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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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인 방어 구조의 담장들
나무들도 무척 답답함 느낄 것
급변하고 독립적인 현대사회
담장 허물고 마음의 문 열어야
대구시 주도 ‘담장허물기’ 운동
제2 문화운동으로 도약 준비
1만평 공원 1개 만드는 것보다
100평 공원 100개가 더 큰 가치
녹지확대로 삶의 만족도 높이길
담장때문에식물은답답함을느낀다
담장때문에 식물은 답답함을 느낀다.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 (13) 담장 허물기, 녹지 그리고 활용


담장(-墻)이란 말 그대로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거나 외부의 간섭이나 침입 등으로부터 방어할 목적으로 다양한 재료를 써서 만든 경계 구분 표시의 일종이다. 담은 우리말이고 장은 한자어다.

옛 고을의 담장은 흙담이나 석담, 와담 그리고 벽돌담, 생울타리 등 그 형태가 다양했다. 서민이 사는 담장의 높이는 그리 높지 않았다. 사람의 키높이보다 작은 담장을 통해 이웃끼리 소통하고 소박한 삶의 애환과 희노애락이 나지막한 담장 울타리 너머로 서로 오고 갔다. 친구를 부르고 부모가 자식을 부르고 이웃이 이웃을 부르고, 굳이 대문 밖으로 나가 이웃집을 확인하지 않아도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훤하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신분이 높을수록 담장의 높이도 높아질 뿐 아니라 담장의 재료에도 차이가 났다. 서민의 담장이 안팎을 구분하는 정도였다면 신분이 높을수록 경계와 방어적이고 폐쇄적인 담장이 많았다. 과거에는 신분의 높낮이를 떠나서 담장은 안과 밖을 서로 물리적으로 연결하여 주고 인간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통로와 소통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담은 경계와 폐쇄적 방어의 목적과 인간적 온정이 묻어나는 독특한 구조물로 현대에 자리잡게 되었다. 요즘 도시의 담은 어떨까. 근대 조선시대의 양반가옥 형태가 잘 보존된 지역의 담장은 사람의 키보다 낮으면서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고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양반가옥의 형태를 모방해서 그럴듯하게 지은 어느 한옥 담장은 성벽처럼 완전히 폐쇄적인 구조로 지어졌다. 신분이 높았음을 알 수 있는 구조다.

도심속의 일반 주택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밖에서 보면 결코 안을 볼 수 없는 구조다. 심지어 쇠창살로 담장 위를 장식해 놓았다. 신분과는 먼 것처럼 보여도 ‘안에는 중요한 물건들이 많이 있소’라고 알리듯 대부분의 단독 주택이나 2~3층 이하의 집들은 폐쇄적 방어 구조로 담장을 만들어 놓았다. 가끔씩 높은 담장 너머로 감나무며, 라일락이며 목련같은 수종의 나무들이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정도로 지나가는 사람이나 늘상 보는 이웃도 무척 답답함을 느낄 것이지만 때로는 담장 너머 정원의 온전한 풍경이 궁금하기도 할 것이다.

나무들은 오죽하랴. 그래도 다행히 집 주인은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나무 수간(줄기)에도 눈(芽)이 있다. 보이지 않는 눈을 잠아(潛芽)라 한다. 담으로 막혀버린 눈은 햇빛을 볼 수 없어 거의 퇴화되어 환경이 척박한 조건에서 나타나는 부정아(잠아가 싹이 틈)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혹여나 나오더라도 빛을 볼 수 없어 곧바로 죽음에 직면하게 된다.

담장허물기로차를두대나주차한다
담장 허물기로 차를 두대나 주차한다.



이제는 나무를 포함한 식물의 생존권을 제대로 보장해 줘야하지 않을까. 생존권에는 몇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적절한 공간과 충분한 햇빛 그리고 물 등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식물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마음일 것이다. 그 배려와 사랑의 마음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폐쇄된 공간을 없애주는 것이다. 바로 담장을 허무는 일이다.

‘담장 허물기’는 1996년 전국적으로 대구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시민운동이다. 관공서를 필두로 개인 주택에 이르기까지 현재 940여 개소 32km, 11만1천400여평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대구시는 본 사업을 시작한지 23년여가 지난 지금 다시 한번 박차를 가해 제2의 시민 문화운동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농촌마을의 보호수가 공동체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녹지 공간이라면 도심 속의 공동체 문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중 하나가 바로 담장을 허물어 이웃끼리 서로 자신의 속을 내어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감추어진 속내를 보여주는 것은 상대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어려운 행동이다. 그것은 담장으로 인해 가로막혀 있던 인간적 교감을 담장을 허물므로 인해 친근함과 편안함, 그리고 안락함이라는 평화의 메세지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요즘 현대인이 많이 앓고 있는 증후군 가운데 하나가 ‘램프 증후군’이라고 한다. 램프 증후군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사건 사고와 수시로 급변하는 사회 현상에 따른 불안한 심리 양상으로 사람들이 수시로 끊임없는 걱정을 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더욱 원자로 쪼개져 혼자 생각하고 타인과의 교감을 거부하며 폐쇄되고 독립된 공간만을 찾는지도 모른다. 열린사회는 공동체 공간으로 타인간의 교감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사회다. 불안 심리는 이러한 열린 사회가 되었을 때 비로소 건전한 방향으로 치유가 된다.

 
담장이없으면더욱아름다웠을개인정원
담장이 없으면 더욱 아름다웠을 개인 정원.


작게 시작한 담장 허물기지만 전국적인 양상으로 퍼질 수 있도록 대구가 그 선구적인 역할을 한 것에 대해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무척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단독주택과 관공서를 중심으로 번진 운동이지만 더 나아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 단지로의 지속적인 확산을 기대해 본다. 아파트의 경우 경계 울타리를 걷어내면 곧바로 생활정원은 시민공원이 된다. 앞으로 신축 주택이나 아파트도 언제나 누구든지 이용 가능한 공간으로 변모되기를 기대해 본다.

1만평짜리 공원 1개보다 100평짜리 공원을 100개 만드는 것이 훨씬 더 가치가 있다. 녹지공간 부족 지역과 도심속 오픈스페이스(open space)에 작은 공원을 많이 만드는 것이 시민들에게는 더 질좋은 휴식처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지역적 분배의 형평성에 맞게 공원과 정원을 설계 배치한다면 도시는 녹지공간, 더 나아가 녹색숲 속의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길거리를 걷다보면 잠시 앉아 쉴 장소를 찾기란 무척 어렵다. 대중교통 승강장이나 대규모 공원으로가야 그나마 쉴 곳이 있다. 삶의 수레바퀴가 잠시도 멈추지 않듯 변화와 낯설음은 느림보다는 스피드와 경쟁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앉을 수 있고 쉴 수 있는 길거리 벤치와 골목길 벤치가 아쉽다. 지혜와 창의는 느림과 휴식에서 생긴다고 한다. 올해 느림의 고장(슬로시티)으로 대표되는 전주시가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주는 최고의 상인 ‘오렌지 달팽이 상‘을 수상하였다. 멈춤과 느림이 가져다 주는 삶의 질을 평가하는 상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소공원처럼만들어놓은보호수주변
소공원처럼 만들어놓은 보호수 주변.


얼마전 대구의 한 골목길을 가다가 잠시 차를 멈추게 만드는 집이 있었다. 담장을 허물었고 마당에는 담장이 있었을 때는 어려웠을 주차를 두 대나 해 놓았다. 테라스 앞에는 작고 예쁜 정원이 있고 나지막한 나무 울타리 옆에는 빨간 작은 우체통이 서 있다. 문득, 가을 낙엽 위에 그리운 사람에게 연서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허문 담장 안에는 이렇게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래서 가던 길을 멈추고 시선이 머무르는 그곳에 한동안 서서 빙그레 미소로 감상을 했다.

단풍의 계절이 빠르게 지나가면 도심은 또 다시 회색빛으로 물들 것이다. 한낮이라도 어두울 것 같은 도시를 밝히는 등불은 무엇일까. 두껍고 높은 담을 활짝 열어 집집마다 녹색 정원의 등불을 밝혀보면 어떨까. 정원뿐만 아니라 도시텃밭 등으로 활용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된 담장은 부족한 도시 녹지의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다. 소공원은 아니지만 공원처럼 사용되는 곳도 있다. 지난해 수성구 수성동의 한 보호수는 경계 담장을 낮추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폐쇄된 담장 허물기와 도시의 보호수를 활용한 녹지 공간의 확대는 작지만 매우 의미있는 시민 운동이자 정책일 것이다.

담장 허물기는 20여년 전부터 이어져왔고, 보호수 활용 소공원이나 녹지 공간은 이제 막 시작 되었다. 산림과학원 조사 연구에 의하면 숲에 자주 갈수록 생활권 숲이 가까이 있을수록 개인의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담장 허물기와 개방이 생활녹지의 확대와 삶의 만족도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 긍정적 지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임종택 (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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