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만에 와서 최선 다한다니” 당국 무관심에 가슴을 친다
“6일 만에 와서 최선 다한다니” 당국 무관심에 가슴을 친다
  • 정은빈
  • 승인 2019.11.0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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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헬기사고 희생자 가족들
진영 장관 등 늑장 방문 ‘원성’“총리와 통화를” 요구 했지만
6차례 전화 끝 “국회에” 답변
수색 인력·장비 부족도 호소
5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강서소방서에서 지난달 31일 독도 인근에 추락한 소방헬기 탑승원의 가족들이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강서소방서에서 지난달 31일 독도 인근에 추락한 소방헬기 탑승원의 가족들이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도 EC225 헬기 추락사고 희생자 가족들이 당국의 무관심에 가슴을 쳤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정문호 소방청장, 윤병두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 등 3명은 사고가 난 지 6일째가 돼서야 대구에 가족들을 만나러 왔다.
(관련기사 참고)

5일 오전 10시 50분께 선원 박모(46)씨 매부 A씨는 대구 강서소방서 3층 가족 대기실 앞 복도에서 국무총리비서실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의전비서관으로 연결받은 A씨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독도 사고 실종자 가족이 오늘 중 통화하기를 원한다고 전달해 달라”고 거듭 요구하자 의전실 직원은 “(통화가 가능한지) 확인하고 연락 주겠다”는 답만 되풀이하다 4분 30초 만에 전화를 끊었다.

이어진 두 번째 통화에서도 의전실 측은 유사한 답을 반복하다 국무조정실로 전화를 돌렸다. 국무조정실에서도 A씨 요구에 “여기는 의전실이 아니다”고 답했다. A씨는 6번째 통화 만에 민정민원비서관 직원에게 “총리님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때문에 국회에 들어가 계신다. 조금 더 기다려 달라”는 답을 들었다.

A씨는 “울릉도와 포항도 다녀왔는데 현장에는 실무자밖에 없었다.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봐도 ‘물어보겠다’,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만 답한다. 책임 있는 분이 오셔서 말씀 한 번 해주시면 여기 있는 사람들 마음이 조금 풀릴 텐데…”라며 “소수의 국민은 국민이 아니고 정치하는 데 이로운 사람만 국민이냐”고 호소했다.

민정실 측은 오전 11시 34분께 A씨에게 문자로 “어제(지난 4일)도 청와대와 협의를 했다. 지속적 관심을 당연히 가지고 있고 외면하지 않는다. 다만 사정이 있어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낮 12시 20분께 소방 당국 한 직원에게 “민원 제기를 자제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

기장 김모(46)씨 아내 B씨도 “사람이 사람을 구하다 죽었는데 빨리 찾지도 못하고 구조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데 높은 분들이 와서 들여다보지 않으니 밑에 사람은 당연히 와볼 이유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꼬집었다. B씨는 또 “수색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으니 그러는 것”이라며 “수색에 인력이 굉장히 많이 투입된 것처럼 알려지고 있지만 심해탐사를 할 수 있는 기계가 1대밖에 없고 훈련받은 사람이 6명밖에 없어 기계가 고장 나거나 (잠수사에게) 피로감이 쌓이면 수색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답답해 했다.

소방119구조본부는 호남119특수구조대장을 단장으로 둔 임시 가족지원단을 가족 1팀당 6~7명으로 구성해 가족들의 생활과 심리안정을 지원하고, 해경에서는 경위급 등 4명이 가족 대기실에서 상황 설명을 돕고 있다. 반면 해군 관계자는 사고 발생 6일째인 5일 오전까지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이날 낮 12시께 정문호 소방청장이 가족들을 위로 방문하자 한 가족은 “언론이 보도를 하니 이제야 온다”며 허탈해 했다. 또 다른 남성은 이날 오후 이뤄진 진영 장관 등 3명과의 면담 후 “6일 만에 와서 무슨 최선을 다하겠다는 거냐”며 “제발 형식적인 답변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0시 30분께 독도 인근 해역을 청해진함 무인잠수정(ROV)으로 수중 수색 중 헬기 동체 인양 위치와 같은 곳에서 지난 3일 유실한 실종자로 추정되는 시신 1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전 2시 청해진함의 자동함정위치 유지장치가 고장 나 오후 3시 46분까지 수색이 지연됐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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