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공정성은 정시확대로만 확보될 수 없다
교육의 공정성은 정시확대로만 확보될 수 없다
  • 승인 2019.11.0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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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객원논설위원
공정성(公正性)의 사전적 의미는 공평(公平)하고 올바른 성질을 의미하며,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 중의 하나이다. 이는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의 공정성은 바로 기회와 조건의 균등을 통해 선의의 경쟁이 가능할 때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입시전형이 교육의 공정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일부 특정 계층이나 사회적 신분을 가진 자녀들에게 유리하게 악용되고 있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대학이 향후 자신의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도구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높은 대학진학률이 증명하고 있다. 그동안 대학입시제도가 공정성을 위해 해방이후 수없이 변화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의 요인이 정부가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교육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나 목표를 가지고 변화를 추구한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나타난 일부의 일탈(逸脫)과 그로 인한 부정적인 여론을 임시방편으로 무마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여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미꾸라지 한 마리 도랑물 흐리게 만든다’는 속담과 같이 최근 불거진 조국 전 장관 딸의 대학입시와 관련된 의혹으로 말미암아 어느 정도 정착 단계에 들어가던 학생부종합전형인 수시가,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에 갑자기 수능중심의 정시 확대로 방향이 옮겨지고 있다.

지난 10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행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국민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며 대입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9월 4일 유은혜교육부장관이 “정시와 수시비율 조정으로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발언과 상충되어 혼란이 야기되기도 하였다. 문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정시 확대를 선언한 이유는 이른바 ‘조국 사태’로 인하여 드러난 학생부 종합 전형의 폐단을 없애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라고 추측되고 있다.

사흘 뒤인 25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에서는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침이 결정되었다. 교육부에서는 보도 자료를 통해 “학생부 종합 전형 비율의 쏠림이 심각한 대학들, 특히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 대해서는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확대될 수 있도록 협의해 왔다”라고 하면서, 정시 확대 대상을 ‘서울권 주요 대학’으로 한정할 것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는 대입 공정성 논란이 주로 학생과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은 서울권 주요 대학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 11월 5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종부종합전형 선발 비중이 높거나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학생 선발 비중이 높은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학종 실태조사 결과에서 잘 알 수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과학고나 영재고, 특목고, 자사고 출신 학생들이 일반고 출신 학생보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이른바 ‘SKY’ 등 주요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동안 입으로만 떠돌던 학종에서 고교 서열화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해 현장에서는 의견이 분명하게 갈리고 있다. 반대하는 측은 이번 개편안이 학생부종합전형이 학생의 진로 개발이나 미래 역량 함양에 바람직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능에 대한 부담감과 학습여건이 더 좋은 수도권 소재 아이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고, 심지어 정의당은 “교육에 대한 현 정부의 철학과 빈곤을 느낀다”면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정시 확대라는 대증요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비판하였고, 전교조는 “정시 확대 결정은 우리 교육의 퇴행이며 공교육 포기선언”이라는 성명서까지 발표하였다.

찬성하는 측은 수시는 지역에 따른 내신 불평등, 평가 기준의 미흡, 재도전의 기회 박탈 등 문제점이 많다고 하면서, 그동안 심하게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수시의 비중을 줄이고 정시의 비중을 늘림으로써 입시 제도에 있어 균형감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찬성하는 사람이 더 많다.

대학입학전형제도는 모든 국민의 관심 대상이다. 그러나 그동안 대학입시제도의 개편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해당 년도의 입시에서 논란이 된 결점만 보완하는데 초점을 맞추거나, 아예 다른 형태의 시험으로 전환하여 문제점을 외면하였다고 비판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겪어야 할 교육과정인 만큼 정파(政派)에 따라 이리 저리 손바닥 뒤집듯 바꾸지 말고 신뢰감과 확고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공정한 입시제도가 정착되도록 청와대와 교육부는 임시방편적으로 각각 장·단점을 가진 수시·정시 비율 논쟁을 멈추고 근본적인 교육개혁을 진지하게 검토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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