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참모와 국회의원
청와대 참모와 국회의원
  • 승인 2019.11.0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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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지방자치연구소장
참모는 쉽게 말하면 비서다. 공·사 어느 조직이든 웬만하면 비서실이 다 있다. 참모는 최고관리자의 스케줄 관리, 정보수집, 자문, 권고, 협의, 조정 등조언자의 구실을 하면서 주군을 돕는 일을 한다. 참모는 원래 군사용어다. 작전참모, 정보참모, 인사참모 등 많이 듣는 말이다. 지휘관이 일사불란하게 군대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특정분야의 전문가가 절대 필요하다.

국가조직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을 돕는 참모조직의 규모가 크고 힘도 세다. 청와대나 백악관 같은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은 구성원도 많지만 대통령의 국가정책을 만드는 전문가 집단이 포진하고 있다. 참모는 그림자처럼 주군을 돕는 일을 하기 때문에 외형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전문가집단인 참모들의 보좌를 받아 국가의 나갈 방향을 결정하고 국무총리와 각 장관을 통하여 정책을 집행한다. 민주주의국가에서 국가경영의 최고 덕목은 삼권분립에 있지만 특히 대통령 중심제 체제에서는 행정권의 증대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갖가지 요구가 커지고 이에 부응하기 위한 행정의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므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권이 크게 신장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집무조직인 청와대가 권력의 중심부로 부각되고 있다. 참모조직이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각부 행정기관이 해야 할 집행부분까지 터치하다보니 청와대 구성원인 참모들의 역할도 많아지고 그 힘도 세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각 정부기관은 대통령부라 할 수 있는 청와대의 눈치를 봐야 하므로 행정의 자율성은 찾을 수 없게 된다. 한 예를 들면 교육부장관이 교육정책에서 “정시 확대는 없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정시 확대”를 밝힌 것을 보면 청와대의 독주와 국가행정의 엇박자를 단박 알 수 있다.

일을 하다 보면 계선조직인 정부기관과 참모조직 간의 갈등이 생길수도 있다. 원인은 주로 대통령주변에 있는 참모가 계선조직에 군림하려는 작심 때문이다. 엊그제 국정감사를 받는 청와대 고위참모들의 수감태도를 보면서 청와대조직 구성원의 행태를 간파할 수 있었다. 어쨌든 국정감사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이 행정의 잘잘못을 따지는 자리다. 아무리 수석 자리에 있다지만 감사기관을 막 대하는 태도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청와대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이 국정의 최고 권력기관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상호조심성과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감사기관인 야당 의원이 어느 정도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수석들은 큰 소리로 되받아치면서 야당 원내대표에게 까지 윽박질렀다. 정말 꼴 볼견이었다. 청문회 때나 국정감사 때 상대방을 공격하면서 답을 얻는 경우를 우리들은 많이 봐 왔다. 그러나 이번 청와대의 국정감사에서는 달랐다. 국가안보실장, 비서실장, 정무수석, 경제수석들은 국회의원의 질의에 충실하게 답하는 자세는커녕 오만 끼가 넘쳤다. 국가안보와 관련되는 질문에는 북한을 의식해선지 믿기지 않는 애매한 답을 했다. 야당 원내대표의 “우기지 말라”는 말에 엉뚱하게 정무수석이 끼어들어 손을 내 저어면서 “말조심해라, 내가 증인이다” 반말까지 하면서 고래고함을 질렀다. 국민의 대표기관을 완전 무시하는 태도가 역력했다. 경제수석은 간단한 통계도 몰라 헤맸다. 청와대 수석들은 성내다가 웃다가 하면서 국정감사를 받았다. 품위도 없었고 무슨 코미디 연출 같았다. 전문성은 고사하고 그들에게는 오로지 대통령뿐이라는 생각에 도취되어 있었다. 내 눈에 그들은 참모로서의 전문가 보다 대통령의 호위무사처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비서실장은 교통정리를 하지 않았다.

대통령 비서들이 왜 이런 모양새가 되었을까. 그들의 간을 키운 것은 대통령이다. 국가행정의 질서를 청와대가 편의적으로 활용한다면 행정은 독재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언제부턴가 한국의 국정감사장과 청문회장은 여·야간 또는 질문자와 답변자가 막말로 대항하는 언쟁 터가 되었다. 모두가 언론의 조명을 받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선임한 헌법기관이지만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이다. 참모가 욕을 먹으면 대통령이 욕을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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