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 귀수편' 바둑돌 쥔 꾼들의 목숨 건 대결
'신의 한 수: 귀수편' 바둑돌 쥔 꾼들의 목숨 건 대결
  • 배수경
  • 승인 2019.11.07 2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4년 ‘신의 한수’ 스핀오프
전설의 인물 귀수 이야기 초점
일반적 바둑 벗어난 대국 공개
살아있는 6인 6색 캐릭터 향연
화장실·용광로 액션씬도 눈길
신의한수-1
귀수 역 권상우



사활, 포석, 무리수, 미생, 자충수, 호구... 우리가 정치나 경제, 스포츠 등에서 흔히 쓰고 듣는 단어들의 공통점은? 바로 이 단어들이 바둑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작은 네모판 속에 그려진 가로, 세로 19줄, 361개의 칸에는 세상사가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일 개봉한 ‘신의 한수: 귀수편’은 우리 앞에 바둑의 세계를 펼쳐놓는다. 영화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바둑에 대한 생각을 통째로 흔들어 놓는다. 신선들의 놀이, 혹은 신사들의 스포츠 대신 바둑판 위에서 펼쳐지는 비정하고 피비린내나는 전쟁터를 보여준다.

‘신의 한수: 귀수편’은 2014년 개봉해 3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신의 한수’의 스핀오프다. 전작에서 태석(정우성)이 찾아나서는 전설의 인물로 이름만 언급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귀신 같은 수를 두는 자’, 귀수(鬼手)의 이야기다.

 
신의한수-03
허일도 역 김성균




영화는 1988년, 누나를 잃고 복수심에 불탄 귀수(권상우)가 서울로 향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가 서울에서 만난 허일도(김성균)와의 수련과정은 마치 무협 영화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그들이 사활을 걸고 두는 바둑은 누군가에게는 놀이터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생지옥이 된다. 영화 속에서는 일반적인 바둑이 아니라 바둑판 없이 머릿속 상상만으로 바둑을 두는 ‘맹기바둑’, 철로 위에서 목숨을 걸고 빠른 속도로 두는 ‘초속기바둑’, 한가지 색의 바둑돌로 두는 ‘일색바둑’, 사람의 목숨을 걸고 벌이는 ‘사석 바둑’, 일 대 다수가 펼치는 ‘다면기 바둑’ 등 다양한 대국 스타일을 만날 수 있어 흥미롭다.
 
신의한수-2
똥선생 역 김희원


 
신의한수-4
장성무당 역 원현준



영화 ‘신의 한수: 귀수편’은 하나하나 살아있는 캐릭터가 매력이다. 주연을 맡은 권상우는 최근작 ‘두번 할까요’에서 보여주던 코믹함을 벗고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오랜만에 자기에게 맞는 옷을 찾아입은 듯 열연을 펼친다. 영화 속 배역 모두 주조연 가릴 것없이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허일도 역의 김성균은 길지 않은 등장에도 존재감을 발휘하고 똥선생 역의 김희원은 유일하게 코믹한 역할을 하지만 가볍지 않게 극의 중심을 잡아간다. 장성무당 역의 원현준은 섬찟하고 공포스럽지만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연기를 선보인다. 부산잡초 허성태 역시 귀수의 복수대상에서 그의 조력자로 변신하는 입체적인 모습을 잘 표현한다.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향연 속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많이 아쉽다.

정적인 스포츠인 바둑의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속 액션은 만만치가 않다. 전편의 냉동고 액션이 뇌리에 오랫동안 남았다면 이번에는 화장실 액션과 주물공장에서 용광로를 옆에 두고 펼쳐지는 대국과 액션이 볼만하다. 내기 바둑의 세계는 영화 ‘타짜’에서 봤던 내기 화투의 세계와 흡사하다. 인정사정 볼 것 없고 비정하기만 하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승부다. 무엇을 위해서인지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고 눈 앞에서 난무하는 폭력과 살인은 관객의 판단력까지 흐리게 만든다.


 
신의한수-5
부산잡초 역 허성태


‘신의 한수:귀수편’은 그야말로 무법천지다. 갖은 범법 행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나 공권력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것이 오히려 영화를 현실세계와는 동떨어진 만화 속 세상처럼 느끼게 만든다. 영화는 기획을 담당한 제작자 황근하 대표를 필두로 각본의 유성협 작가, 바둑 자문의 김선호 바둑 기사까지 오리지널 팀들이 다시 뭉친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신의한수-6
외톨이 역 우도환



복수를 위해 바둑의 세계에 뛰어들었지만 자신 역시 다른 사람의 복수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귀수의 복수는 빛을 잃는다. 그가 복수에 성공했지만 관객이 환호하며 박수를 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영화의 미덕을 재미에 두는 이라면 이 영화는 꽤나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복수를 위해 사람이 아닌 기계처럼 살아온, 그러다 결국은 괴물이 되어버린 귀수를 바라보면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외톨이 역의 우도환은 짧은 등장에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 역시 복수때문에 또다른 괴물로 변해 버린 모습이 안타깝다. 그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로 영화가 끝이 났으니 다음 편에서 다시 한번 그와 귀수의 한판 승부가 펼쳐지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도 품게 된다.

전편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므로 전편을 보지 않았더라도 보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배수경기자



*스핀오프(spin-off):오리지널 영화의 등장인물과 설정에 근거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으로 원작의 세계관은 공유하고 있지만 주인공이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동영상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