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카메라와 성폭력처벌법 위반
몰래 카메라와 성폭력처벌법 위반
  • 승인 2019.11.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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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버스 안에서 약간 엉덩이를 살짝 덮는 헐렁한 티셔츠 아래에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스마트폰으로 8초가량 몰래 동영상을 촬영한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1심에서는 ‘벌금 70만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레깅스는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피해자 역시 이 같은 옷차림으로 대중교통에 탑승해 이동했으며,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 건에 대하여 변호사들의 입장도 갈리고 있다. 유죄가 선고되어야 한다는 쪽은 카메라로 촬영을 당한 여성이 성적수치심을 느껴 신고한 것이고 몰카이므로 당연히 처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는 ‘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것’을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다. 위 조문의 핵심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이다. 즉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부위가 아닌 다른 신체를 촬영하였다면 그 방식이 몰카이고 촬영당한 사람이 개인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하여도 처벌할 수 없다. 따라서 핵심은 해당 부위가 성적인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부위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 점에서 재판부는 피해자 스스로 레깅스를 입고 버스를 탑승할 정도로 레깅스가 이제 일상복화되었으므로 레깅스를 입은 신체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비록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꼈어도 그 이유는 ‘허락 없이 왜 나의 신체를 무단 촬영하였느냐’라는 점에서 피해자의 불쾌감이 성적 수치심과 동일한 의미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신체 촬영을 당연히 유죄라고 보는 사람들은 허락 없는 ‘몰카’ 자체가 처벌대상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람에 따라서는 여성의 예쁜 손만 봐도 성적 욕망을 느낄 수 있고 속옷만 입은 여성을 봐도 욕망이 없는 경우도 있어 사회 평균인을 기준으로 성적수치심을 판단하여야 한다. 해당 법조항은 신체 특정부위 명칭이 표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어느 부위를 촬영하면 처벌되는지는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의 ‘법관으로서의 양심(일반인의 양심과는 다른 용어이다)’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판사들마다 약간의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최종적으로는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정리될 것이다. 법에 정확한 명칭을 표시하지 않는 이유는 정확한 명칭을 표시하여도 역시 해석의 여지가 남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기, 유방, 가슴, 허벅지’가 촬영금지 부분이라고 법에 정해 놓으면 오히려 처벌부위가 줄어들 수 있다. 성기 바로 옆 5센티미터에 위치한 다리 아닌 부분을 촬영하면 현재 법으로는 처벌할 수 있지만 위와 같이 한정해버리면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급심 판결례를 보면 종아리 부위를 촬영한 경우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있고 허벅지에 초점을 맞춰 촬영하면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많다.

종아리의 경우 ① 대부분 여성들 스스로 노출하는 부위인 점 ② 이를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부위’라고 판단할 경우 다리를 노출하는 여성의 행위 자체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부위를 노출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 풍기문란 등으로 처벌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는 점 ③ 남녀 평등의 관점에서 그렇다면 ‘남성의 종아리’ 사진도 처벌해야 하는 점 등 여러 가지 고려할 사정이 많기 때문이다. 독자 여러분들이 이 건 재판의 판사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또 혹시 내가 이런 상황에 휘말릴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기본은 동의를 받지 않는 타인의 신체부위를 촬영하는 행동을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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