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지위 포기와 우리의 미래
개도국 지위 포기와 우리의 미래
  • 승인 2019.11.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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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경북대 초빙교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정부는 지난달 차기협상에서 개발 도상국(개도국) 특권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정부의 개도국 포기 결정에 농촌이 들끓고 있다. 농민 단체의 비판 성명과 항의가 지속되고 있다. 개도국 특혜의 포기로 농업분야 피해가 크고, 개도국 특혜 포기는 우리 농업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농민과 소통이나 전문가들과의 협의가 부족했다고도 한다.

미국이 우리에게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개도국 개념은 합의되거나 학문적으로 정리된 것이 아니다. 선진국에 비해 경제개발이나 기술, 제도가 뒤떨어진 나라가 개도국이다. 대체적으로 IMF 선진 경제국, 세계은행의 고소득 국가, OECD 가입국을 선진국이라고 한다. 선진국 그룹에 해당되지 않는 나머지 국가를 개도국으로 분류한다. 개도국은 경제규모나 사회제도, 국가 역량이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기 때문에 국제협상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특별 대우 중 중요한 것은 관세와 보조금 감축에서 우대이다.

개도국은 선진국 의무의 3분의 2만 이행하면 된다. 1995년 출범한 WTO체제에서 개도국의 경우 관세 감축률과 감축 기간에서 우대를 받는다. 선진국은 관세를 6년간 36%를 감축한다. 개도국은 10년에 걸쳐 24%를 감축한다. 국내 보조금의 경우 선진국은 6년간 20%를 감축하나 개도국은 10년간 13.3%를 감축한다. 개도국은 선진국에 비해 감축률은 적게 하고 감축 기간은 길게 잡아주는 것이다. 개도국 지위를 버려야 하는 이유를 정부는 크게 세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우리 경제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우리경제는 GDP규모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국민 소득 3만불을 넘은 국가로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둘째 WTO에서 우리의 개도국 특혜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고, 우리보다 못한 국가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한다. 또 향후 WTO 협상에서 우리가 개도국 특혜를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셋째,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현재의 관세나 보조금 감축에 영향이 없다.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이는 미래의 협상부터 적용되므로 당장에는 대비할 시간이 많고 그 기간 안에 근본적으로 농업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설명에 이해가 가나 농업분야 등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분야는 어리둥절하다. 1995년 WTO 가입 이후 25년이 지나 우리경제의 국내외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OECD 가입국이고 G20 회원국이다. 세계은행이 분류한 1인당 국민 총소득이 1만2천56달러가 넘는 고소득 국가이다. 무역 규모도 2018년 기준으로 수출이 3%, 수입이 2.8%로 세계 상품무역이 0.5%를 훌쩍 넘는 국가이다.

개도국 가운데 네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국이 한국을 개도국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우리가 개도국 지위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의 덩치가 커졌기 때문이다. 브라질, 싱가포르 등도 개도국 지위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겠다고 한다.

우리가 개도국을 주장해도 관철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차기협상이 개도국과 선진국의 대결구도로 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개도국과 선진국의 대결구도가 많은 부작용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현재의 개도국 특혜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개도국 지위 포기가 당장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가오는 미래 국제협상은 예측하기 어렵다. 국제경쟁력이 낮은 분야에 불리하게 될 우려는 있다.

또 개도국 포기 발표시기나 방법, 당면한 농림 예산 확보상황도 좋지 않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 등 가축질병 발생으로 농촌 경제가 매우 침체되있다. 국회에 제출한 2020년 농업부문 예산은 15조3천억 원 수준이다. 전체 예산(513조 5천억원)의 2.9% 수준으로 지난해 3.1%에 비해 줄었다. 최근 6년 내의 최저 수준이다. 정부는 향후 4% 수준으로 높여 나가겠다고 하나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농가소득은 4천207만원으로 도시근로자 소득의 65% 수준이다. WTO 체제가 불범한 1995년의 95% 수준이 비해 엄청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농업 부문을 너무 소홀히 한다. 뚜렷한 정책도 안 보이고 구체적 성과도 없다. 과거 정부보다 더 홀대받고 있다. 당장 시급한 것은 직불제 시행이다. 차기협상에서 감축될 가능성이 없고 WTO가 허용하는 제도이다. 지급상한도 없고 가격에 관계없이 일정 면적을 기준으로 지급된다. 2020년 농림부 예산 중 직불금 예산도 2조2천억 원 수준이다.

지난해의 1조4천억 원 규모에 비하면 상당히 늘어났다. 농업직불금 중 81%가 쌀에 집중돼 있어 쌀 공급과잉을 야기한다. 타작물과의 균형도 취하고 농가별 차이를 극복하자는 취지의 공익형 직불제를 검토해왔다. 개도국 지위 포기와 농산물 가격하락으로 침체에 빠져있는 농촌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공익형 직불제를 조기에 시행하자. 농업 정책의 대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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