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주제로 정보 재구성 작업
에디톨로지는 미디어 기술 정점의 시대인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다. 스마트 기기의 빠른 확산,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의 활성화, 사물 인터넷(IoT)의 확대로 인해 언제 어디서나 모든 사람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공유가 가능해지면서 데이터 폭발이 가속화되고, 이 폭발하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처리하는 분야가 새롭게 주목받게 됐다.
현대미술도 예외가 아니어서 미디어 속 이미지나 텍스트를 수집하고 재편집하는 영역이 확장되는 추세에 있고, 편집학은 매우 유효한 수단이 되고 있다. 수창청춘맨숀 전시의 기획자로 참여하게 된 박창서가 전시 준비를 하며 주목한 개념은 ‘에디톨로지(Editology·편집학)’다. 그가 “편집이 하나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 편집의 개념을 이번 전시의 주제로 풀어보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전시의 대주제를 ‘에디톨로지’로 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융복합청년문화예술공간 수창청춘맨숀이 올해 4분기 기획 ‘Editable-첨삭가능한’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서울, 경기, 대구, 경북 등에서 활동하는 20여 명의 청년작가들이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이 ‘에디톨로지’ 개념을 바탕으로 풀어낸 작품들이다. 박 기획자가 “이번 전시는 전시에 출품할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집한 텍스트나 이미지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 중 일시적 혹은 잠정적으로 선택하는 과정을 관람객에게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주제와 작가들의 작품 형식을 토대로 3가지 특성으로 세분화했다. 첫 번째는 ‘첨삭되는 이미지와 매체’다. 이미지를 수집하거나 처리하는 과정에서 작가들만의 고유한 작업 주제를 드러내는 동시에 매체의 한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참여작가는 권민경, 김나연, 마크 앤 솔, 이지웅, 이현정, 장수익, 장은혜, 한수민 등.
두 번째는 ‘첨삭되는 기억과 기록 그리고 장소 혹은 공간’인데, 기억이 기록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첨삭 과정들과 이 기억과 기록이 장소와 공간을 마주했을 때 발생하는 기억과 기록의 편집 과정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선보인다. 민정See, 송석우, 정민규, 정지원, 최진연, 튜나리 등의 작가가 참여했다.
세 번째는 ‘첨삭되는 텍스트와 정보들’이다. 텍스트나 정보는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을 전제로 하고 그 텍스트나 정보가 수행하는 의미전달을 불명확하다. 이런 사실을 단서로 삼아 작가들은 관객들에게 단어를 선택하고 편집하고 교정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을 번역자 혹은 편집자의 자리로 이끈다. 김수, 박유미, 백서윤, 심효선, 손유화, 허주은 작가는 텍스트, 이미지, 데이터, 소리 등 다양한 정보들을 매개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전시를 꾸몄다.
박 기획자는 “첨삭 행위의 다양한 과정을 보여줄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첨삭 과정에 참여해 관람객과 작가가 함께 교정자 혹은 편집자가 되는 것을 목적이 목적으로 한다”며 쌍방향적 소통적인 요소를 부각해 설명했다. 전시는 12월 29일까지 전시. 053-252-2569
황인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