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구충제 먹고 암 완치”vs “근거 없어”… ‘펜벤다졸’ 열풍, 연일 논란
“동물구충제 먹고 암 완치”vs “근거 없어”… ‘펜벤다졸’ 열풍, 연일 논란
  • 강나리
  • 승인 2019.11.0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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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통해 복용팁 공유하고
약 품절 사태에 해외직구까지
의협 “알레르기 등 부작용 유발
임상시험 사례 없어 권장 안해”
정부에 “시험 요청” 청원 등장
최근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복용해 암 치료 효과를 봤다는 주장이 확산하면서 국내 말기 암환자들을 중심으로 열풍이 불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복용 중단을 거듭 권고했지만 환자들은 직접 실험해보겠다며 복용을 지속하는 등 보건당국과 의료계에서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펜벤다졸의 암 치료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시작된 시점은 지난 9월 중순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미국 말기암 환자 조 티펜스의 사연이 소개되면서다.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3개월 후 암세포가 깨끗이 사라졌다고 복용 후기를 설명한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가 227만 건을 훌쩍 넘었다. 이와 함께 폐암 말기 투병 중인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씨도 펜벤다졸 복용 사실과 함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덧붙여 관심을 모았다.

펜벤다졸 구충제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말기암 환자에게 마지막 희망으로 통한다. 국내 동물의약품지정약국과 동물병원 등에선 펜벤다졸이 품절된 한편 해외 직구나 SNS 직거래까지 유행하는 등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약을 복용하면서 항암 효과 여부나 복용 팁을 유튜브나 SNS를 통해 공유하는 말기 암환자들도 느는 추세다. 복용량도 제각각에다 함께 먹어야 효과가 있다는 비타민 종류까지 상이하다.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에 대한 맹신이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 공유가 위험 수준에 달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7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항암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다.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협은 “펜벤다졸은 기생충 감염 치료에 대한 효과 외에도 세포 내에서 세포의 골격, 운동, 분열에 관여하는 미세소관을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그 근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아닌 세포 실험과 동물 시험으로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펜벤다졸은 동물에서 구토, 설사, 알레르기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고용량 복용 시 독성 간염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며 “항암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약제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항암제의 효과를 떨어트리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부작용 역시 사람을 대상으로 확인된 적이 없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와 전문가가 연구를 진행해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4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펜벤다졸 암 치료 효능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실험을 정부 차원에서 진행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도 올랐다.

청원인은 “펜벤다졸은 누구도 임상실험을 하려 하지 않는다. 암 치료제로서 특허나 독점을 할 수 없는 일반 약이기 때문이다”며 “자본의 논리에 따라 임상실험을 할 수 없고, 수입까지 금지시키면서 복용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은 암 환자들에게 잔인한 일이다”고 썼다. 그러면서 “정부가 나서서 임상실험을 진행하면 수많은 암 환자들이 임상실험에 동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에는 7일 오후 6시 기준 2천677명의 동의했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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