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착하게 돈 벌기
[박명호 경영칼럼] 착하게 돈 벌기
  • 승인 2019.11.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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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몇 달째 온 나라가 불공정 논란에 휩싸여 있다. 공정사회, 공정개혁, 불공정 개선이란 말들도 자주 나오고 있다. 도대체 공정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전에서는 공정(fairness)을 ‘공평하고 올바름’이라고 정의하는데, 공정에는 대체로 두 가지 측면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결과의 공정이다. 어느 사회든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인데, 승자의 이익과 패자의 피해 사이의 격차가 공평한가의 문제이다. 다른 하나는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기회의 불균형’에 관한 것이다. 이 경우 불공정이란 금 수저 등과 같이 출신 배경이나 자신의 현재 지위 또는 능력을 이용하여 경제적, 사회적 반칙행위를 하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 공정성은 자본주의 경제의 해묵은 과제이다. 개별 소비자보다는 상대적으로 힘의 우위에 있는 기업이 공정하고 착하게 이익을 실현하고 있는가에 관하여는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지난달 중순 ‘제5회 2019 대한민국 굿컴퍼니대상’시상식이 열렸다. 지속적인 성장 및 바른 경영, 고객만족, 사회공헌, 기부 등 모범적인 사회활동을 펼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좋은 기업문화를 만든 착한 기업들을 발굴하고 격려하는 행사여서 그 의미가 크다. 굿 컴퍼니(good company)란 돈 버는 것을 넘어서서 직원과 소비자, 협력업체와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환경 등 전 지구적인 문제 해결에 노력하는 문자 그대로 ‘착한 기업’이다. 이들은 사회변화의 촉매역할을 하며, 세상을 바꾸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게 된다.

그런데 이제는 어떤 기업이라도 착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소비자들의 높은 윤리의식, 글로벌 상거래, 발달된 SNS 등이 착한기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세기 최고의 마케팅 구루인 필립 코틀러도 “일류기업들은 모두 사회적 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고, 이를 올바로 수행하지 않는 기업은 성장은커녕 더 이상 생존도 어렵다”라고 하였다. 그의 저서 ‘사회적 책임경영’에서는 기업이 단순한 자선활동 차원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의 복지증진과 문제개선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실제 이익에도 도움이 되도록 사회적 책무를 전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홀 푸드마켓은 자타가 인정하는 굿 컴퍼니의 대표주자이다. 이 회사는 ‘포춘’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으로 16년 연속 선정한 유기농 자연식품 대형판매점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존 매키는 그의 저서 ‘깨어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에서 고객, 지역사회, 그리고 직원들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먹지 않고 살 수 없지만 먹기 위해 살지는 않듯이 기업도 이익을 내기 위해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매키의 지론이다. 진라면을 만드는 오뚜기도 ‘갓뚜기(God과 오뚜기 합성어)’로 불리며 착한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진라면은 지난해 상반기에 업계 1위 신라면과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3% 포인트로 좁히며 본격 1위 경쟁에 뛰어들었다. 10년 전만해도 시장점유율 5%에 불과했던 진라면의 인기는 ‘착한 기업’ 이미지로 소비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고 한다.

‘모래돈과 바늘돈’이란 책을 쓴 경북대 김형규 명예교수는 돈을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두 돈은 서로 대립된 돈인데 모래돈은 낭비하는 돈이고, 바늘돈은 절약하는 돈이다. 또 모래돈은 거짓과 위장으로 모으는 돈이요, 바늘돈은 바르고 참되게 생활하려는 돈이다. 모래돈은 이기적인 돈이고, 바늘돈은 이타적인 돈이다. 모래돈은 쉽게 흩어지면서 모이지 않는 돈이며, 남을 속이면서 부정적으로 번 돈이다. 바늘돈은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데 사용되는 성실한 돈이며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돈”이라고 하였다. 착한 기업이 노력해서 얻은 이익은 분명 바늘돈일 것이다. 그러므로 바늘돈을 벌려면 정당한 노력과 헌신적인 정신과 윤리, 그리고 좋은 기업문화를 갖춘 굿 컴퍼니가 되어야 한다.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굿 컴퍼니가 되는 것은 실천하기 어려운 이상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최근 국내 한 CEO는 “국내외 경쟁이 치열해 사업하기도 어려운데 사회적 가치도 추구하고, 직원행복도 챙겨야 하니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그러나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며 모든 기업이 추구해야할 올바른 방향이다. 토니 로빈스는 ‘돈(MONEY)’라는 책에서 ‘부에 이르는 비결’은 간단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타인에게 그 누구보다 많이 줄 방법을 찾으면 된다. 더 많이 베풀고, 더 큰 존재가 되고, 더 많이 봉사하면 된다. 그러면 더 많이 벌 기회가 생긴다” 돈 버는 비결은 이타적 행위에 충실한 착한 기업이 되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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