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헌미술관, 장경선 개인전…화폭에 담은 30여년 영적 성장의 시간
소헌미술관, 장경선 개인전…화폭에 담은 30여년 영적 성장의 시간
  • 황인옥
  • 승인 2019.11.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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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귀의해 내적 관찰 몰입
그림 그리고 지우는 과정 반복
불완전하고 위축된 자아 탈피
맑고 평화로운 추상화 돋보여
칼라-장경선작
장경선 작.

1987년 작가 장경선의 첫 개인전에 걸린 작품들은 인체와 자연을 소재로 했다. 대체적으로 현실적인 풍경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내적 사유로부터 재구성한 관념적인 형상들이었다. 작가가 “눈에 보이는 너머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강했던 시절이었다” 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로부터 30여 년 후인 11일 개막하는 개인전에 출품할 작품들에 큰 변화가 읽혔다. 자연이나 인간의 형상 대신 내면의 농익은 사유와 성찰을 시각으로 드러낸 강렬한 추상이 자리했다. 첫 개인전에서 첫 걸음을 뗐던 비가시적인 세계에 대한 갈망이 30년간의 끝없는 성찰 끝에 드러난 결과였다. “지난 30년은 저를 들여다본 시간들이었어요. 지금 저는 내적으로 평화롭고 자유로워요.”

서양화가 장경선 개인전이 소헌미술관에서 11일 개막한다. 1996년 2회 개인전 이후 단체전과 초대전은 지속적으로 참여해왔지만 개인전은 30여년 만에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시공간을 초월한 근원의 세계, 존재 너머의 존재, 현실 너머의 이상세계를 표현한 맑으면서도 담백한 추상 작품 30여 점을 건다.

그녀의 시아버지이자 대구 서예계의 거목이었던 소헌 김만호 선생의 작품과 자료 전시를 위해 소헌미술관을 개관하면서 작가의 작품 역시도 새롭게 변화했고, 이번 전시에 본격 소개된다. 작가는 소헌미술관 관장으로 남편인 김영태 전 영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와 함께 소헌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소헌 선생님이 제게 다시 그림을 그리게 해 주신 것 같아요.”

변화에 대한 단초는 2회 개인전에서 이미 감지됐다. 동경해 마지않았던 이상세계를 풍경으로 표현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이전 작품에서 긴장감이 촉발되고 있었다. 갇혀 있는 새 한 마리가 긴장감을 부추긴 것. 이는 내적 자유를 추구하지만 여전히 부자유스러웠던 작가의 상황을 은유했다. “무언가에 위축되어 있는 듯한 제 자신이 한 마리의 불완전한 새로 표현된 듯합니다.” 당시 그녀의 귓전을 맴도는 것은 종교 안에서 영적인 성장을 이루는 것이었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이 긴장감을 해소하고자 노력했다.

작업의 토대는 신앙적인 신념이었다. 그녀가 인터뷰 내내 “영적 성장”이라는 단어를 되뇌인 것도 맥락은 같았다. 남동생이 가톨릭 신부이기도 하지만 그녀 자신의 삶도 영적 목마름의 연속이었다. 작가가 “유달리 강렬한 영적 갈망을 안고 있었다. 그것은 신이 무상으로 주신 은혜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 은혜를 따르기 위해 내려놓고 비워내는 삶을 살고자 노력해 온 것이 그림에선 채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과정으로 나타나게 된 것 같아요.”

그림에 본격 몰두하기 시작한 것은 소헌미술관을 개관하면서 부터다. 현재 그녀는 작품 활동과 소헌미술관 운영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활동 위에 “영적 성장”이 자리한다. 작가가 “나의 삶과 예술의 전부가 영성”이라고 했다. 그림이 곧 기도이고 기도가 곧 그림이라는 것. “삶과 종교, 예술은 셋이 아닌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도가 그림에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것이죠.” 이는 작가의 작품에 맑고 평화로운 기운이 넘치는 이유이다.

이번 전시작은 색과 형상에서 자유를 추구한다. 색의 구애 없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형상 너머의 형상을 들여놓은 것. 특히 작은 점들의 집합으로 표현한 빛 입자는 종교적 표상이다. 신의 은총에 대한 은유인 것.

이전 작품에서 보였던 새 한 마리는 여전히 등장하는데 이는 작가 자신이다. 더 이상 갇혀있는 약한 새가 아닌, 신의 사랑으로 가득한 세상을 깊은 감사로 바라보는 그녀 자신의 표현이다. “좀 더 깊은 내면속으로 들어가면서 자유 같은 것을로움 느끼게 되고, 제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오는 것 같아요.”

동양적인 요소들도 목도된다. 검정 물감 대신 먹을 사용하고, 한자가 새겨진 한지도 꼴라쥬로 활용한다. 소헌 선생에게서 한학과 서예를 배웠던 기억이 동·서양 예술의 융복합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올해 처음 시도됐다.

“융복합 시대에 부응한 것이지만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보니 결과론적으로 그림도 제 자신도 더 자유로워졌어요. 저에게서 먹의 검정은 포용과 정화로 받아드려지고 치유로 이어지죠. 모든 색채가 다 포함되는 색이기도 하지요 향후 이런 경향을 좀 더 확장해 갈 계획이에요.”

전시는 12월 15일까지. 053-751-8089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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