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결혼식
엄마의 결혼식
  • 승인 2019.11.1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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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삼수
서울본부장
지인 아들 결혼식장에서 신랑 아버지가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순서에서 “아들아. 며느리야 살다 보면 어려울 때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럴 때 힘을 내야 한다. 그래서 큰 소리로 힘을 3번 따라 해라. 하객 여러분도 마지막에 함께 큰소리로 따라 해 주세요” 라고 한 후 ‘힘’을 크게 외치자 신랑과 신부, 하객도 따라 하고는 웃음꽃이 피었다. 달라진 결혼식 풍습이다. 주례는 없었다.

과거 가난하게 살던 시절, 일부 부유층의 결혼식에서 과다한 답례품과 축의금, 식량이 부족한 국가에서 잔칫상 음식이 많이 남는 등 허례허식이 만연하자 박정희 대통령은 1973년 가정의례법을 제정하고 대통령령으로 절약과 과소비 금지를 위해 ‘가정의례준칙’을 시행했다. 이를 홍보하기 위해 전국에서 강연회가 열리고 홍보 영화가 상영됐다.

가정의례준칙은 결혼식에서 청첩장 발송금지, 답례품과 함잡이 금지와 약혼식은 따로 하지 않고 호적등본과 건강진단서 첨부한 약혼서 교환으로 생략하고, 청첩장 인쇄는 안 되며 전화나 방문으로 알릴 수 있도록 했다. 음식 접대도 가정에서만 가능하고 화환은 2개만 전시할 수 있고 신혼여행을 금지하고 신붓집에서 3일 정도 머무는 관습도 당일로 축소하라는 내용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직장인 월급의 몇십 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는 강력한 규제였다. 규제에도 온천과 제주도 부산으로 신혼여행을 떠났고 잔치를 베풀면 축의금을 몰래 쥐여줬고 하객에게 답례품이나 성냥갑에 교통비 명목의 지폐를 넣어 살짝 전했다. 그동안 우리 결혼식 문화는 엄청나게 변해왔다. 약혼식이 사라졌고 결혼식장도 수중, 야외, 교회, 루프트탑 카페 등 예식장을 고집하지 않는다. 모바일 청첩장도 유행하고 축의금도 은행 계좌로 송금하고 정치인 주례가 사라졌고 주례 없는 결혼식도 많아지고 신랑 신부 부모님이 하객들께 인사말로 주례사를 대신하는 결혼식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전통 혼례 방식 중 남아있는 것이 폐백 정도이다.

외국의 경우 영국은 신부가 드레스 입고 찍은 사진은 청첩장에 넣지 않는다고 한다. 드레스를 사전에 공개하면 부정 탄다는 미신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 왕실의 결혼식도 당일 공개되는 신부의 웨딩드레스가 여성들에게는 가장 큰 뉴스메이커이다.

미국은 결혼식장에서 축의금을 내지 않고 신랑과 신부가 생활필수품 구매 리스트를 백화점에 넘기면 초대받은 하객들은 백화점을 방문해 본인 수준에 맞는 선물 결재로 축의금을 대신한다. 백화점은 결혼식에 맞춰 신혼집으로 물품을 배달해준다. 결혼식은 초대받은 하객만 참석하는데 땅이 넓어 타 주에서 결혼식을 하면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고 결혼식이 파티로 이어져 길어져서 항공권과 숙박을 제공하기도 한다. 결혼식은 신부와 신부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신부 아버지가 하객들에게 축하 인사도 하고 신부와 함께 춤도 춘다. 신부와 춤 연습도 열심히 해둔다.

우리의 결혼식에서 하객을 맞이하는 엄마는 만감이 교차한다. 죽을힘 다해 낳아 정성과 무한 사랑으로 키웠고 육아와 교육하며 힘들었던 일도 주마등처럼 지나갈 것이다. 엄마 보다 덜 고생한 아버지는 결혼식의 꽃이라 불리는 신부 입장 때 딸과 함께 입장하고, 신랑과 신부 어머니는 성혼 촛불을 켜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지인이 얼마 전 프랑스의 결혼식을 다녀왔는데 우리와 같이 딸은 아버지 팔짱을 끼고 입장하는데 아들은 엄마의 팔짱을 끼고 입장한다고 한다. 멋진 결혼식 모습이다. 부모가 안 계시면 형제자매 손 잡고 입장도 하고, 엄마에게 아들은 자랑스럽고 든든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다. 우리도 결혼식에서 엄마가 멋진 아들과 팔짱 끼고 함께 입장하면 하객 앞에서 빛나고 아름답고 아들 키운 보람도 더 느낄 것이다. 앞으로는 엄마도 결혼식의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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