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약설 (性弱說)
성약설 (性弱說)
  • 승인 2019.11.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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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선조들이 오래전부터 답을 내리지 못한 논쟁 하나.‘사람은 선한가? 악한가?’

먼저 맹자는 ‘사람은 선하다’라며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했다. 그는 사람의 성품이 타고나기를 선(善)하기에 가만히 놔두면 사람 스스로가 자신의 길을 찾고, 자신이 행할 바를 마땅히 행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교육이라는 것은 도리어 사람의 선함을 방해하는 행위로 간주되었다. 성선설을 주장한 사람이 동양에는 맹자가 있다면 서양에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라고 외쳤던 루소가 있다.

반면 ‘사람은 악하다’고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한 순자는 사람의 성품은 악(惡)하기에 가만히 두면 늘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규칙을 정하고, 교육 등을 통해 선함으로 인도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서양에는 홉스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런 성악설, 성선설과 같은 이분법으로 선악을 구분 짓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얘기한 사람도 있으니 그가 바로 고자다. 고자는 성무선악설[性無善惡說]을 주장했다. 즉, 사람의 성품은 애초에 선과 악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고 보았다. 마치 인간은 하얀 백지처럼 성품이 없는 상태로 태어나서 백지위에 무엇을 쓰느냐 즉, 어떤 환경에 놓여,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품은 달라진다고 보았다. 서양에는 로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본인은 사람의 성품을 성악설도 성선설도 아닌 성약설(性弱說)을 주장해본다. 성약설은 사람의 성품이 약(弱)하다는 말이다. 사람은 결코 강한 존재가 아니라 약한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늘 유혹을 받고, 늘 넘어지기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과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것에 약할까? 종류야 많겠지만 본인은 오늘 글에서 세 가지를 주장해보려 한다. 돈과 성, 그리고 권력.

먼저 사람은 돈(money)에 약하다.

사람이 모이는 어느 곳이든 돈이 많이 모이면 꼭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어떤 모임에서는 돈을 모으지 않고 빨리 써버린다고 한다. 그래야 모임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모임이 다른 모임들 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것도 돈을 많이 모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떤 모임이든 간에 돈 때문에 분란이 일어나고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돈을 모으지 않고 모였다 싶으면 회원들을 위해 사용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본인도 그러한 말에 동의하며 그것이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간은 모두 돈에 약하다. 그래서 돈과 관련하여 우리 스스로를 믿어서는 안 된다. “나는 돈에 강하니 돈을 나에게 맡겨라.”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거짓말쟁이 이거나 아니면 아직 돈의 유혹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 자신을 의롭다고 말하는 자기 의(義)에 빠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돈 앞에 어느 누구도 강할 수 없다. 아니 강하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는 그랬을지 모르나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장담해서는 절대 안 된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 돈은 우리를 유혹한다. 인간이 돈에 약하다는 것을 돈은 잘 알고 있다. 특히 돈은 그 어떤 것보다 깨끗이 사용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어떤 조직이든 예산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예산 사용에 대해서 자신과 사람을 믿지 말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어느 누가 와서 관리하더라도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 사람은 돈에 약한 존재다.

본인은 그래서 종교단체 등에서 돈을 모으는 것을 늘 비판하는 편이다. 돈을 모으고 그 모은 돈으로 건물을 세우고 넓히는 것을 나는 반대한다. 종교시설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서 종교단체에서는 신도들에게 돈을 자꾸 요구해서도 안 되고 혹여 자발적인 성도들의 헌금 등이 많이 모이더라도 그것은 가난한 이웃과 지역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돈은 필요한 만큼 있으면 된다. 필요 이상으로 있을 때 꼭 문제가 발생한다. 사람들에게 존경받았던 종교지도자들도 돈 앞에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보지 않았는가? 돈은 우리를 웃게도 하지만 울게도 하는 양날의 칼과 같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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