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벚나무 잔가지
양팔의 향기
초봄 저녁의 해가
거두어들이고 있다
치맛자락을
슬금슬금 끌고 온 봄비는
발등 부풀었다
고요를 적신
천 갈래 다홍 치맛자락에서
꺼낸 폭죽으로
상상의 하늘을 밝힐까
깊어진 별의 층계까지
걸어갈
바람의 맨발
◇김건희=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수상 등단, 이상화문학제 백일장 대상, 최충문학상 수상, 형상시학 회장.
<해설> 화려한 봄의 등장에 무심한 이 있겠는가? 너도나도 문장의 힘을 빌려 시인이 되는 계절. 몽상가가 되어도 이상할 게 없다. 오히려 몽상가가 되지 못해 이상할 뿐이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