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 승인 2019.11.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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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전 국민의 관심 속에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수능시험을 위해 전국의 학교는 1시간 정도 늦게 등교하여 수험생의 입실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경찰, 소방에서 사전 안전 점검부터 학생 이송에까지 발 벗고 나섰다. 지역난방공사는 지역난방을 사용 중인 학교를 사전에 점검했으며, 병무청은 병역판정검사를 쉬었다. 영어 듣기 평가가 실시되는 30분 남짓한 시간에는 국토교통부는 국내 전 지역의 항공기 운항을 통제하기에, 착륙을 기다리는 비행기들은 숨을 죽이고 상공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전국의 언론 매체에서도 시험 준비물, 금지 사항 안내부터 시작하여 자리 배석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수능시험에 대한 기사들을 앞다투어 쏟아내고 있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그러할 것이다.

나는 당연히 이번 시험 대상자도 아닐뿐더러, 올해는 주위에 수험생 하나 없다. 그런 나조차도 수능이 끝난 저녁에 이런저런 관련 뉴스를 살펴보면서 나도 모를 안도의 숨을 내뱉게 되는 걸 보면, 수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입정책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교육적 문화의 뿌리가 깊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 애정이 지나치다보니 부작용도 많고, 그에 대한 여론의 질타 역시 매섭다. 수능이 끝난 후가 문제라는 사람들이 언제나 있다는 거다.

‘수험생 힘내라’에서 출발하는 사회의 시선이 문제적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은 익숙한 레퍼토리다. 일부 고등학생들이 벌이는 일탈 행동 때문일 것이다. 물론 어떠한 경우는 너무 과하여 걱정이 되기도 하다. 심지어 요즘이라면, 대학에서 구직을 위한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한 걸음 더 과하게 일탈하는 경우도 있단다. 학교 소각장에 몇 트럭에 실을 분량으로 버려지는 문제집, 책들의 산에 대한 이야기는 어떠한가. 미련 없이 버려진 지식의 산은 장관이었고 한편으로 슬프다. 그 충격적인 사진을 본 지 수년이 되었지만, 아직 학교 사정이 변했을 거라 믿어지지는 않는다. 심지어 시험 끝나고 나서 고3들이 ‘할 일’이 없어서 그런다고, 무언가 할 거리를 또 줘야 한다고 여기는 어른들은 더욱 슬프다.

이 모든 상황들은 수험생만의 잘못은 결단코 아니다. 이는 결국 ‘수능’이라는 제도적인 문제에 귀결된다. 어쩌면 어른들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거다. 왜 우리나라의 고교생들은 ‘수능만 끝나면’, ‘수능만 치고 나면’을 다짐하면서 이를 악물고 공부해야 할까. 주문을 외듯 그 날만 기다리다가 급기야 마침내 목적을 달성한 학생들은 당연하게도 읽던 책을 집어던지고, 돌발적인 행동을 해 버리지 않을까?

사실상 수능이 끝나면 정말 뭐든지 다 할 수 있거나, 모든 게 끝난 것이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말 그대로 ‘앞으로 학생이 해당 대학에서 공부를 이어갈 수 있는지 어떤지 그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수능에서 모든 힘을 소진한 학생들은 대학에서 제대로 ‘수학(修學)’할 열정을 잃어버릴 수 있다. 어떠한 학생들은 공부할 이유조차 찾지 못한다. 더 이상의 ‘정복할 무언가’가 없기 때문이다. 어떠한 학생들은 대학에서 학문을 하기 이전에 공부가 벌써 질려버렸다. 이것 역시 학생들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고등학교까지의 성적은 해당 대학에서 공부를 할 능력이 되는데, 막상 그 대학에 가서는 공부하지 않는 소위 ‘부적격한 학생들’을 양산한다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그 시험의 본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러한 방식으로 각 대학의 입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합당한가? 괜히 아이들만 힘들게 하면서 평가의 주요한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인간은 평생학습을 하는 존재라는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는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가? 이와 같이 물론 다소 이상적이지만, 어쩌면 근본적인 의문점이 생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하간 시험의 내막이 어떻든지, 이후 앞으로 사회가 어떤 속을 앓게 되든지 간에, 올해 수능을 친 수험생이 행복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친구들이 조금 더 안전하게 시험으로부터의 해방을 만끽하였으면 바라본다. 더불어 앞으로 수능이 강화된다는데, 제대로 된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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