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와 실천
계시와 실천
  • 승인 2019.11.1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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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SQ힉스아카데미 대표·경영학 박사
‘계시’와 ‘실천’ 간의 괴리를 가장 적나라하게 지적한 사람은 프랑스 사상가인 ‘자끄 엘륄’일 것이다. 그는 18세에 하나님을 만난 이후, 20대에는 정계에 몸을 담았고, 30대에는 레지스탕스 운동에 열렬히 가담했다. 특히 나치 치하의 유대인 가족들을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준 것이 사후에 밝혀져 “열방가운데 의인”이라는 칭호를 받은 행동하는 신앙인이었다.

그는 생전에 기독교는 실천을 진리의 시금석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진리란 교리의 순수성이 아니라 ‘실천’에 의하여 평가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임한 하나님의 계시는 결국 계명의 실천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실천의 중요성은 예수에 의해 다시 반복된다.

예수의 산상수훈, 반석 위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사람의 비유가 바로 그것이다. 예수의 말을 듣고 실천하는 자만이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자’이다. 예수에 의하면 마지막 심판 때에 인간의 운명도 결국 실천에 의해 갈리어진다.

결국 ‘자끄 엘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계시를 받은 자의 삶을 벗어난 계시의 인식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계시의 주체가 예수 그리스도인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계시의 주체인 예수 그리스도는 그 당시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지구와 달과 해와 별들과 인간을 창조하셨음을 믿는다. 그리고 계시의 주체인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과 동등한 분으로 믿고 있다. 창조주이신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다니 기독교인들은 정말 엄청난 계시를 믿고 있긴 하다. 그 계시는 정말 진실일까?

현대 천문학은 138억 년 전에 우주가 시작되었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렇게 시작된 매우 작았던 우주는 점점 팽창하기 시작한다. 우주의 나이가 38만 년 정도 되었을 때, 태초의 빛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배경복사가 우주공간에 처음으로 퍼진다.

그 후 별들이 없는 암흑시대를 지나 별들이 만들어지는 은하시대가 시작된다. 이 우주 공간에는 우리가 속한 은하계와 같은 은하계가 약 1천억 개 가량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1천억 개 은하계 중의 하나인 우리 은하계 내에는 태양처럼 빛을 내는 별들이 약 2천억 개나 존재한다니 우주의 크기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21세기 현대 천문학은 이 우주가 빅뱅으로부터 시작된 약 138억 년 동안 성경의 저자들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거대한 시공간을 담고 있음을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들이 믿음이 없는 과학자들의 반 신앙적인 이론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분은 아직 현대 과학의 위용을 잘 모르는 분이다. 현대과학은 실험이라는 귀납과 수학이라는 연역으로 무장하고 철학과 신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할 만큼 탄탄한 논거를 가지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믿고 있는 계시의 내용을 현대 과학의 도움을 받아 설명하지만 다음과 같다. 즉 138억 년에 걸쳐 우주 안에 1천억 개의 은하계와 그 은하계 안에 2천억 개의 별들을 만드신 바로 그 분이 B.C 7, 8년경에 이 땅에 오셨으며 또 인간의 죄를 위해 스스로 십자가의 길을 택하셨다는 것이다.

이 계시의 진실성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것 보다 차라리 ‘자끄 엘륄’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합당할 수 있겠다. ‘자끄 엘륄’에 의하면 진리란 교리의 순수성이 아니라 ‘실천’에 의하여 평가된다. 기독교인들은 그들이 믿고 있는 그 계시의 진위를 논증이 아닌 그들의 실천으로 드러내 보여야 한다. 그것만큼 그들이 믿고 있는 계시를 다른 사람들이 인식하고 수용할 수 있게 하는 더 나은 방법은 없다. 실천은 기독교인들의 계시를 다른 사람들에게 인식하게 하고 수용하게 하는 중요한 방편인 셈이다.

그러나 현대 기독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은 그들이 실천하기에는 너무 엄청난 계시를 믿고 있다는 것이다. ‘자끄 엘륄’에 의하면 실천해 낼 수 없는 계시는 오히려 그 계시를 스스로 부인하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한다. 아, 그러고 보니 나도, 믿고 있는 계시를 스스로 부인하는 그런 기독교인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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