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 하현달
은행잎 하현달
  • 승인 2019.11.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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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현숙

공기 반, 그리움 반이 노란 은행잎으로 물든 거다

떠나는 자의 곡선은 가벼움이고 남겨진 자의 몫은 무거움이다

사람 대신 북극곰을 기다리는 버스정류장에

겨울 석양 데려온 노인 발밑의 노란 하현달

지천으로 눈부시다

석양을 데려와 큰 달이 된 노인의 오후

북극곰 타고 올 버스는 기다림으로 공전하고

기다리는 사람은 더 이상 오질 않는다

버스정류장에서 일어나는 노인의 노란 월식

노인의 달이, 달을 안고

노인의 가을이, 가을을 허락하는

버스정류장의 월식은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시간이다

달의 손목을 잡고 밤 버스에 오르는 노인의 얼굴

뜬다, 빈자리 넉넉한 하현달로

◇모현숙= 조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14),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대구시인협회 회원, 조선문학문인회 회원, 詩공간 동인, 시집: <바람자루엔 바람이 없다>

<해설> 달이 저물고 그처럼 무겁던 삶의 짐도 가벼워진 저녁 무렵 떠난 사람을 기다리는 노인의 허리는 하현달이다. 찬바람 맞고 돌아올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그래도 자신의 자리가 있다는 것이지만 기울어질 만큼 기울어져버린 세월과 꺾일 만큼 꺾여버린 생의 종착점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허허로움이다 . -정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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