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지소미아(GSOMIA)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지소미아(GSOMIA)
  • 승인 2019.11.2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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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박사 객원논설위원
이석형 행정학박사 객원논설위원

치킨게임(chicken game)은 1955년 개봉된 '이유 없는 반항'이란 영화에서 등장한 이후,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던 게임으로, 2대의 차량이 마주보며 돌진하다가 충돌직전 1명이 방향을 틀어서 치킨 즉 겁쟁이가 되거나, 아니면 충돌하여 게임에서는 양쪽 모두 승리하게 되지만 결과는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되는 게임을 말한다. 이 용어는 1950년대 이후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을 꼬집는 용어로 차용되면서 국제정치학 용어로 굳어져 현재는 협상을 할 때 상대방의 양보를 기다리며 갈 때까지 가다가 파국으로 끝나는 사례를 설명할 때 많이 사용되고 있다. 치킨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대방에게 자신들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흔히 북한이 외교에서 애용하고 있는 벼랑끝 전술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와 일본정부 사이에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보호협정) 종료를 두고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지소미아는 한국과 일본이 2016년 11월 23일 체결한 유일한 군사협정으로, 이를 통해 한국은 일본에게 탈북자나 북한과 중국 접경 지역의 인적 네트워크 및 군사분계선에서 수집한 대북 정보들을 제공했고, 일본은 한국에게 주로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나 핵 실험 관련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안보에 위협이 되는 북한에 대한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지소미아를 우리 정부는 양국 간의 신뢰훼손을 이유로 만료를 90일 앞둔 지난 8월 22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종료하기로 결정하였는데 그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배상 문제를 두고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일본정부가 지난 8월 안보상의 이유로 우리나라에 대해 3대 주요 수출 품목 제한을 시작으로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의 경제적 보복조치를 취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소미아 협정이 한·일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한·미·일 동맹 관계에도 밀접히 연관되기 때문에 파기가 된다면 한·미 동맹에도 금이 가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처음 일본이 한국에 대해 경제 보복이 있었을 때에는 무관심하다가 우리가 지소미아 파기 카드를 들고 나오자, 이는 중국과 북한만을 이롭게 한다면서 전 방위적으로 이를 취소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핵 위협과 미국과의 한·미동맹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일본과의 지소미아를 연장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는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규제를 한 일본에 대해 이의 철회 없이 안보와 직결되는 군사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이는 국제관계에서 한국과 일본의 특수한 사정을 감안할 때 우리 국가의 자존감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 또한 지소미아 문제의 시발점이 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수출규제 문제를 취소하기 어려운 입장에 직면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3의 길 등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기는 하나, 한·일 정부 간에 어느 하나 당장 받아들여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이 중재자로서의 일정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지소미아가 파괴되면 앞으로 북핵 미사일과 관련하여 안보적으로 굉장히 불안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우리의 경우 북한의 핵이나 장거리 미사일등에 대한 추적과 분석 정보를 일본으로부터 신속하게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의 핵 및 미사일에 대한 추적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려되는 상황임에는 분명하지만, 한·일간에 지소미아를 체결하기 전에도 한·미, 일·미간에는 북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음을 감안할 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생각된다.

단지 필자는 한·일간의 지소미아 파기가 많은 외교·군사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한·일간 정치적 명분 싸움에 집착한 나머지 파국적 치킨게임으로 한·일 모두가 패자가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16년 한국과 일본이 지소미아를 체결할 때 미국이 큰 역할을 하였는데, 이러한 한·미·일 안보협력이 깨지게 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굉장히 난감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보복 조치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현재 한·미간, 일·미간에 방위비 분담문제가 논의되고 있는데, 금년 들어서면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대해 전년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일간에 지소미아가 파기될 경우 미국은 이를 빌미로 해서 과도한 방위비 분담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안보에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실익이 더 중요하다. 정부는 현재의 안보 난국을 헤쳐 나갈 방안을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말고 현명한 타개책을 마련할 것을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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