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약물 꾸준히 복용 시 90% 재발 안해
조현병, 약물 꾸준히 복용 시 90% 재발 안해
  • 조재천
  • 승인 2019.11.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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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현병 환자 52만명 추정
40만명은 숨기거나 인식 못해
최근 5년간 연령대별 진료 수
40대·50대·30대 순으로 높아
치료 시기 늦을수록 병 악화
조기 발견 시 치료반응율 높아

 

 

지난 12일 집에서 식사하고 있던 시어머니(74)를 흉기로 찌른 며느리(44)에게 징역 3년에 집행 유예 5년 선고와 함께 치료 감호 명령이 내려졌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생각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망상은 조현병의 증상 중 하나다. 조현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증상의 조기 발견과 꾸준한 약물 복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들어 조현병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이들이 늘고 있다. 조현병 환자가 일으킨 여러 사건·사고가 알려지면서부터다. 그러나 모든 조현병 환자가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이다. 조현병 환자 중에선 약물 복용을 중단했거나 알코올 중독, 반사회적 성격 장애가 동반된 환자 등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조현병은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다. 도파민 전달 체계나 뇌 영역 간 연결 이상이 주된 요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망상과 환각, 와해된 언어 사용은 조현병의 대표적 증상이다. 불안함, 불면증, 극심한 기분 변화 등도 나타난다. 이로 인해 이성적인 판단이나 충동 조절이 어려워 타인을 공격하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

칠곡경북대병원 정신건강센터 이상원 교수는 “조현병 환자는 누군가가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는 망상, 다른 사람을 해치라는 환청 등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며 “반사회적 성격, 알코올 중독 등 인자를 함께 가진 환자의 경우 폭력적인 행동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조현병 유병률은 1% 정도다. 국내 조현병 환자 수는 약 52만 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지난해 조현병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2만여 명에 불과하다. 자그마치 약 40만 명이 자신의 질환을 알지 못하거나 숨기고 있어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조현병은 남자의 경우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자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에 주로 발병한다. 40대 이후 첫 발병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조현병 진료 인원 현황을 보면 연령대별 비율은 40대 26.2%, 50대 21.4%, 30대 19.5% 순으로 높았다. 발병 사실을 모르고 지내다 뒤늦게 진료받은 이들이 축적된 결과로 분석된다.

조현병은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병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이상원 교수는 “조현병의 치료 반응과 장기적인 예후를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인자 중 하나가 증상 발현 후 치료받지 않은 기간(Duration of untreated psychosis)”이라며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치료 반응률은 물론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고 했다.

조현병 치료의 핵심은 약물이다. 치료는 도파민 균형을 조절해 주는 항정신병 약물을 1차로 사용한다. 1차 치료제에 대한 반응은 환자마다 다른데, 반응이 없는 환자는 클로자핀 등 2차 치료제를 시도한다. 여기에 심리·사회적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약물 치료를 시작한 지 1~2개월이 지나면 환청이나 망상 등 증상은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조현병의 위험성은 약물 복용 중단으로 재발률이 상승할 때 커진다. 실제로 환자의 74%가 수개월 내 약물 복용을 임의로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치료를 꾸준히 하면 증상이 재발하지 않을 확률은 80~90%에 달한다. 최근에는 매일 먹어야 하는 경구용 약의 대안으로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개발됐다. 한 달이나 석 달 간격으로 주사만 맞으면 된다.

이 교수는 “연구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약물 복용을 임의로 중단한 환자 대부분은 수년 이내에 증상이 재발한다”며 “약을 지속적으로 먹는 경우에 비해 재발 위험성이 훨씬 높다. 증상이 재발하면 치료 반응률이 떨어져 호전되지 않을 수 있고, 만성화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했다.

조재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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