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맨' 시네마로 녹여낸 세 남자의 삶과 죽음
'아이리시맨' 시네마로 녹여낸 세 남자의 삶과 죽음
  • 배수경
  • 승인 2019.11.21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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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호파 실종사건’ 재구성
살인청부업자로 변한 프랭크
그와 함께한 지미 호파와 러셀
美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 속
우정과 파국의 대서사시 전개
아이리시맨



할리우드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그리고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등 레전드로 꼽히는 배우들이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아이리시맨’이 20일 개봉했다. 영화는 1975년 빌 버팔리노의 딸 결혼식 참석을 위해 프랭크(로버트 드 니로)와 러셀(조 페시) 부부가 길을 떠났던 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우리는 늙고 병든 프랭크의 입을 통해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자 노동자였던 그가 어떻게 러셀 버팔리노와 인연을 맺고 페인트공(살인청부업자)으로 변신을 하게 되었는지를 듣게 된다.

영화는 찰스 브랜트의 논픽션 ‘아이 허드 유 페인트 하우시스’(I heard you paint houses)를 바탕으로 미국의 대표적 장기 미제사건으로 불리는 ‘지미 호파 실종사건’을 재구성해서 보여준다. 지미 호파(알 파치노)는 6·70년대 전미트럭운송조합 위원장으로 영화 속 표현에 따르면 엘비스 프레슬리나 비틀즈에 버금갈 정도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그는 늘 ‘단결’(solidarity)을 외치며 사람들을 휘어잡는다.

‘아이리시맨’은 케네디의 당선과 암살,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 등 미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함께 지미 호파와 러셀, 그리고 프랭크가 서로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며 우정을 쌓아가다 파국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마치 한 편의 대서사시처럼 그리고 있다.

70대 후반의 주연 배우들을 50대로 보이게 만드는 디에이징 기술 덕분인지 209분동안 그들의 삶을 따라가다보면 이것이 영화인지, 다큐멘터리인지조차 헷갈리게 된다.

마피아 영화인 만큼 총격장면이 빠질 수는 없지만 영화의 대부분의 시간은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주연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기도 하다. 간혹 슬로우비디오처럼 펼쳐지는 화면 역시 특별하다.

마피아 영화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아이리시맨’은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하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자연사가 아닌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다면 인생의 끝자락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 프랭크는 행복했을까?

프랭크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너희 모두를 지키려고 애썼을 뿐이다”라고 합리화를 하지만 가족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으므로 결국은 그의 선택은 잘못된 부성애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프랭크의 모습에는 회한만이 가득해 보인다.

“마블 영화는 시네마가 아니다”라는 말로 최근 논란을 일으킨 감독은 ’아이리시맨’을 통해 ‘시네마란 이런 것이다’라고 작정하고 보여주려는 듯 하다.(물론 그의 발언의 전후 맥락을 보면 마블 영화에 대한 폄훼는 아닌 듯 보인다) 세 사람의 인생을 담기에는 결코 긴 시간이 아니지만 큰 맘 먹어야 볼 수 있을 3시간 29분에 이르는 상영 시간이 걸림돌이 될 듯하다.

‘아이리시맨’은 27일이면 넷플릭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극장이 아니라면 과연 209분의 시간동안 온전히 영화에 몰입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는 ‘아이리시맨’을 상영하는 곳이 최근 넷플릭스 영화에 빗장을 푼 메가박스와 일부 예술영화 상영관을 빼고는 찾기가 힘들지만 불편함을 무릅쓰고 영화관을 찾는 이유가 될 듯하다. 물론 이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 또한 이 영화를 놓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배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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