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사물에 보내는 진혼곡…김결수 러시아서 ‘노동&효율성’展
버려진 사물에 보내는 진혼곡…김결수 러시아서 ‘노동&효율성’展
  • 황인옥
  • 승인 2019.11.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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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 기계·가마솥·어선…
노동 수단 통해 타인 삶 반추
김결수 전시작
김결수 전시작.

남루해도 아름다울 수 있고, 화려해도 비루할 수 있다. 비루함과 아름다움은 한 끗 차이다. 관건은 외피 속에 가려진 내면. 오장육부가 다 닳을 만큼 최선을 다해 정직한 삶을 살아냈는가에 대한 내적인 평가에 따라 인생의 희비가 갈린다. 작가 김결수가 찬사를 보내는 쪽은 당연히 전자다. 남루했을지언정 찬란하리만치 아름다웠던 이름 모를 수많은 누군가의 삶을 찬양한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하나?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누군가의 삶을 찬양하는 것에 얼마만큼의 진정성을 담아 낼 수 있을까?’ 해답은 은유에 있다. 작가는 누군가의 삶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다 효용이 다해 버려진 사물을 영매로 누군가의 삶을 찬양한다. 누군가의 삶이 녹아있는 버려진 사물에 그 사람의 인생을 투영하며 진정성을 이끌어낸다. “물체를 통해 누군가의 삶을 반추해오고 있어요. ‘왜 물체인가’ 하면 그 사람의 삶을 꾸려나온 물체 자체가 그 사람과 동일시가 된다고 보는 견해 때문이죠.”

방앗간의 기계나 도구, 도마, 깡통, 네온사인, 가마솥, 고기잡이배. 이는 김결수가 수집하는 버려진 물체들이다. 모두 누군가의 노동의 흔적이 묻어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작가가 “노동의 흔적이 묻어 있다고 다 작업의 재료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충족 시켜야 하는 핵심 가치 하나가 담보되어야 한다. 바로 노동의 효과로 얻어지는 이익창출의 경험이다. “누군가의 노동이 더해져 이익을 창출했던 물체여야 해요. 말하자면 가족의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던 사물이어야 하죠.”

버려진 사물 그 자체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작가의 예술적 감수성이 더해져야 비로소 작품으로서의 생명력을 발휘하게 된다. 버려진 사물에 작가의 현재적 노동이 더해진 후라야 작품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단순하게 물건만 미래에 전해주는 타임캡슐과 달리 제 작품에는 과거 한때의 가족, 세상, 환경, 사회 이야기가 담겨있죠. 과거 누군가의 이익창출에 저의 이야기가 더해져 미래 세대의 이익창출로 연결한다고 할까요?” 그에게 과거의 사물은 과거 누군가의 삶을 위로하고 어루만지는 영매이며 작가의 예술적 감성이 더하는 행위는 제의적 행위와 동일하다.

작가는 설치 외에 평면 작업도 병행한다. 설치의 경우 버리진 사물로 주제를 드러내지만 평면의 경우는 좀 다른 방식을 취한다. 집을 그려 넣는 것. 작가가 “집은 가족의 삶의 터전이 되는 중요한 곳이다. 버려진 사물보다 더 큰 상징성이 될 수도 있다”며 집을 그리는 이유를 설파했다. 버려진 물건이든, 집이든 결과적으로 노동이 향하는 지점에 ‘가족’과 ‘가족의 생계’가 있다는 이유였다. “제게 버려진 물건이나 평면에 그린 집은 동일한 가치에요.”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갤러리 화가의집미술관에서 개막한 작가의 개인전 전지장에 노동이 그림자를 드리웠다. 삶의 흔적이 독아든 오브제에서 발견한 노동의 그림자를 연결고리로 갤러리의 ‘안’과 ‘밖’을 연결했다. “갤러리의 안과 밖, 그 사이 어디인가에서 우리의 실상과 허상이 교차하는 역사를 구축했어요. 종이, 철, 자연석과 같은 물체에 네온 빛이 주는 인공의 색채를 덧입혀 오브제를 제의적 영매로 격상시켰어요.” 작가의 ‘Lavor & Effectiveness(노동 & 효율성) 전시는 28일까지.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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