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좌절과 희망
대구·경북의 좌절과 희망
  • 승인 2019.11.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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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경북대 초빙 교수·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중앙정부에서 지난 40년을 근무하고 2017년 7월 퇴임하였다. 대구·경북을 다니며 많은 사람들과 만났다. 지난 수십년의 공직 생활이 보람을 느낄 정도의 칭찬도 많았다. 지방 행정의 서비스도 과거보다 많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지역민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다보면 정부에 대한 비난이 너무 많고 비난 강도가 강하다는데 놀란다. 먹고살기 어렵다는 불만, 정치 상황, 안보위기, 고용과 복지 등 국정과 생활 전반에 걸쳐 불만이 터져 나온다.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하고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던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가 잊혀진지 오래다. 한마디로 지역민들의 감정은 ‘허전하고 착잡’한 심정이다.

인구가 줄어들고 경제가 침체되는 것이 가장 심각하다. 미래에 희망이 없다는데 더 절망한다. 지역에 일자리가 부족하니 먹고 살수 있는 직장을 찾아 청년들이 지역을 떠난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심장이었고,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던 대구·경북이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2019년 3월 기준 대구인구는 246만, 경북인구는 267만 명이다. 인천은 296만이되어 조만간 300만을 돌파할것으로 전망한다. 대구·경북을 다 합치면 51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광주와 전남북을 합치면 516만이다. 웅도 경북이라고 하였고 국가 산업발전의 터전이었던 대구경북의 위상이 인구규모부터 추락하는 현실이다. 사람이 떠나니 산업도 떠나 지역경제가 침체의 악순환에 빠지는 상황이다. 인적자원과 물적재원, 권한이 중앙에 집중되기 때문일것이다. 지역을 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수도권에 신도시를 추가로 건설하는 정부를 보고 우리나라는 ‘수도권 공화국’이고 “추풍령 이남은 버림 받았다” 고 한탄한다. 더 방치하면 대구경북 지역은 어떤 처방을 해도 효과가 없을것이다.

인구가 줄어드니 지방자치단체도 소멸될 위기이다. 지방 소멸 2018 보고서(한국고용정보원)에 의하면 30년안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전국 89개 지자체중 경상북도가 19개이다. 경북내에서는 의성군이 소멸 1위이고, 군위, 청송, 영양군이 뒤따른다. 의성군의 평균 연령은 56세로 전국 평균 42.1세보다 월등히 높다. 매년 200명이 출생하고 800명이 사망한다. 1983년 이후 17개 초등학교, 5개 중등학교, 37개 분교가 폐교되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조만간 기능이 붕괴되어 소멸되는 시·군이 더 나타날 것이다. 2019년 2월 21일 경북 상주시청 직원들은 검은색 넥타이와 검은색 상복을 입고 출근했다. 인구 10만이 무너져서 죄송하다면서 한 행동이다. 10만이 무너지면 조직 축소 등 여러 가지 불이익도 따른다.

인구소멸이 가져오는 가장 심각한 피해는 지역 경제 침체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해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인구감소 때문이다. 전통적 상업도시가 대구이고 산업화 주역이 경북이다. 국제 섬유산업의 메카였고 전자, 화학, 철강산업과 함께 우리 경제발전을 선도한 지역이다. 의약, 식품, 소재, 화학이 조선시대부터 대구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섬유산업이 퇴락하고 새로운 신산업이 보이지 않는다. 대구·경북 지역의 주력 산업이었던 철강, 가전,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수도권이나 해외로 떠난다. 구미를 뒤로하고 경기도 파주로 간 LG이다. SK하이닉스가 경기도 용인으로 이전한다. 비어가는 구미 전자공단이다. 앞으로 더 심해질것을 생각하니 암담했다. 떠나는 기업을 잡기 어렵다. 지역의 주력 업종이 떠 나는데 서로 네탓으로 비난하고 있다. 뚜렷한 비전과 목표, 구체적 전략이 보이지 않는 산업정책으로 여겨진다.

세상이 변하고 물류여건이 바뀌어 산업 구조가 변화된다. 섬유제품과 전자, 금속에서 자동차, 기계장비등으로 바뀐다. 과거 경북이 주도적 역할을 했던 제조업은 외부 의존형으로 되어간다. 전자산업을 선도했던 대구경북의 현실은 참담하다. 지역의 주력 업종인 자동차, 기계업종은 성장이 멈취섰다. 수출주력 업종도 변화한다. 컴퓨터, 무선 통신기기, 전자관등의 비중이 낮아지고 철강판, 평판 디스플레이어, 센서등의 비중이 높아진다. 자연히 자체적으로 역량을 증대하기 보다는 손 놓고 다른지역을 쳐다보는 형세이다. 성장 동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성장이 정체되고 경제가 추락하는 것은 수도권집중화, 섬유산업의 경쟁력 하락, 저부가가치 중심의 산업구조등 여러 이유가 있다. 지역에서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나 걱정이된다. 대구시에서 전기자동차, 물산업, 로봇등의 산업을 중점 추진하고자 하나 이들 산업이 지역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성장 동력산업이 보이지 않고 성공가능성이 별로 없다. 대구·경북 광역 경제권을 만들고, 신성장 동력산업을 육성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기본 적인 방향은 정해졌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강소기업 전략도 필요하다. 중장기적인 실천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해야한다. 임기가 정해진 정부이고 자치단체장이다. 대구와 경북이 융복합과 상생의 비전으로 지역 경제살리기에 매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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