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헬리콥터 마케팅도 마케팅일까?
[박명호 경영칼럼] 헬리콥터 마케팅도 마케팅일까?
  • 승인 2019.11.24 2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왜 대다수 남성은 헬기에 열광하는가? 거장 코폴라 감독의 전쟁영화 ‘지옥의 묵시록’(1979년)에 그 답이 있다. 새처럼 정글 위를 날아다니는 헬기들의 매력적인 모습은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 영화는 올해 개봉 40주년을 맞아 미국에서 IMAX 재개봉도 했다. 영화에서의 헬기 장면들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현실의 긴박한 상황에서 출동하는 헬기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헬기 경력이 풍부한 베테랑 기장들조차 헬기 조종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한다. 지난달 31일 소방헬기가 추락하여 일곱 명의 아까운 생명이 희생되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독도로 출동한 119 구조본부 소방대원들의 죽음에 모든 사람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삼가 이들의 명복을 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 헬리콥터는 특이한 모양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그 명칭이 인용되고 있다. 헬리콥터 부모, 헬리콥터 머니(돈)에 이어서 헬리콥터 마케팅도 있다. 90년대 초 미국에서 사용된 헬리콥터 부모라는 용어는 자녀의 주위를 맴돌며 24시간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부모들을 지칭하는데 우리나라에도 그 숫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당연히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현상이다. 헬리콥터 머니는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에서 새로 찍어낸 돈을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시중에 공급하는 것을 뜻하는 경제학 용어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1969년)인 밀튼 프리드만이 하늘에서 지폐를 뿌리는 상황을 가정하며 처음 사용하였다고 한다. 민중을 위한 양적완화라고 불리는 헬리콥터 머니도 날아다니는 헬리콥터 못지않게 상당히 위험한 경제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헬리콥터 마케팅이라는 용어도 등장하였다. 유통업체들이 현금을 직접 뿌리는 현금성 이벤트에 국내 한 언론사가 붙인 재미난 이름이다. 이것은 할인행사 대신에 소비자에게 직접 현금성 상품권이나 적립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내수침체에 좀처럼 열리지 않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려는 유통업체들의 긴급 처방인 셈이다. 이달 초하루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이 선착순 15만 명에게 1만 원의 상품권을 지급하였다고 한다. 이른바 ‘국민용돈 100억 원 이벤트’다. 티몬은 모든 가입자에게 10만 원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시작했고, 위메프도 이달 1일에서 11일 사이 200억 원 규모의 적립금을 15만 명에게 지급하는 행사를 한다고 하였다. 온라인쇼핑업체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마트, 홈쇼핑업체들도 현금성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헬리콥터 마케팅의 효과는 확실치 않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 마케팅이라고 할 수도 없다. 단지 매출 확대를 위해 시행하는 일회성 판매기법에 불과하다. 우리는 마케팅의 핵심과는 전혀 동떨어진 것들에 너무나도 쉽게 마케팅이란 단어를 갖다 붙인다. 날씨마케팅, 향기마케팅, 컬러마케팅, 바이럴마케팅 등 온갖 종류의 마케팅이 다 있다. 심지어 응원마케팅이라는 희한한 용어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마케팅의 본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판매를 위한 기법일 뿐이다. 마케팅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고객의 지갑을 여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케팅이란 고객의 가치를 창조하고 유지해서 고객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그러므로 마케팅은 바로 ‘누구를 도우며 섬길 것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된다. 고객의 걱정과 바램을 해결해주는 동시에 고객의 삶을 행복하게 해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따라서 성공하는 마케팅은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는데 집중하는 것이지, 새롭고 흥미진진한 기법을 고안하거나 찾아내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고객들에게 말하는 내용(가치) 속에 있기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 전달되는지는 아무 관련이 없다. 더구나 공짜를 연상시키는 초저가 이벤트로 고객의 가치를 실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의 지적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저렴한 가격은 좋은 아이디어가 다 떨어진 마케터의 마지막 피난처일 뿐이다.”

미국 서부개척시대 한 식당에서 유래한 ‘공짜 점심’이란 말이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공짜 점심이 없다” 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던 프리드만 교수가 헬리콥터 머니라는 공짜성의 경제정책을 제안하였다는 것은 매우 의외이다. 우리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공짜 마스크’를 지급하기 위해 내년 예산에 무려 574억 원을 책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은 당연히 시행되어야 하겠지만 공짜로 지급하는 ‘현금성 지원’은 역시 큰 문제이다. 국민의 합리적 소비문화 정착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활발히 시행하고 있는 현금성 이벤트 형식의 판매방식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공짜 성격의 소위 헬리콥터 마케팅이 내수침체 시대의 바람직한 마케팅 수단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세상에는 어떤 공짜도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동영상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