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왜 날개 길이를 줄이는가 - 자연의 선택과 삶
새는 왜 날개 길이를 줄이는가 - 자연의 선택과 삶
  • 승인 2019.11.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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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미국 오클라호마 주 북동부의 아칸소 강 연안에 자연생태 연구로 이름 높은 털사대학교(Tulsa University)가 있습니다. 이 대학교는 1836년 앨라배마 주에서 이주해온 크리크 인디언들의 정착지에 그곳 옛 지명을 따서 명명되었습니다.

털사 지역에는 호수와 삼림이 넉넉하여 주거지로 많은 호응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다가 1901, 1905년에 인근에서 석유가 발견되자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자연 훼손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 대학교의 찰스 브라운 교수는 이곳의 한 도로에서 1982년부터 30년간 삼색제비(cliff swallow)를 조사하였습니다. 해마다 5~7월 이곳에 머무는 삼색제비는 수직 벽면에 호리병 모양의 흙집을 짓고 사는데, 도로와 가까이 살다 보니 자동차에 치어죽는 이른 바 ‘로드 킬(road kill)’이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로드 킬 건수가 급감하고 있음이 관찰되었습니다. 차량 통행 수는 30년 간 더욱 늘어났는데 차량에 의한 사고는 도리어 줄어든 것입니다. 1980년대에는 주로 세단이 달렸지만, 지금은 표면적이 세단보다 더 넓은 SUV 차량이 많아서 로드 킬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제비의 수는 예전보다 늘었습니다. 천적인 고양이나 매의 수가 크게 줄어든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에 브라운 박사는 제비의 날개에서 그 단서를 찾았습니다. 로드 킬을 당한 제비는 대부분 평균보다 3% 가까이 날개가 길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연구진은 ‘도로에 앉아 있던 제비가 차를 만났을 때 날개가 길면 재빨리 날아오르지 못해 죽을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고, 30년에 걸쳐 전체적으로 평균 길이가 2% 가까이 줄어든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진화연구자인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장대익 교수는 ‘제비가 스스로 도시라는 환경에 적응해 날개를 줄인 게 아니라 유전적으로 날개가 짧은 개체가 환경에 적합해 선택된 것’이라고 진단하였습니다.

이는 ‘생각(生覺)’에도 DNA가 있어서 깊이 염원하면 이루어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도시에 사는 참새의 울음소리도 고음(高音)으로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조지 메이슨대(George Mason University)의 데이비드 루터 교수는 1969년 시카고 도심에서 녹음한 참새 소리와 요즘 녹음한 참새 소리를 번갈아 참새 수컷들에게 들려주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수컷들은 요즘 참새 소리를 듣고는 스피커로 날아가 강한 경보음을 내었는데 비해, 1969년에 녹음한 과거의 참새 소리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옛날 시카고 참새 소리를 분석해 보았더니 저음과 중음, 고음 등 3종류였는데, 모두 다른 도시의 참새 소리와는 달랐습니다. 모두 그곳의 상황에 맞게 울음소리를 다듬어 나갔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시카코 참새들이 내는 소리는 일종의 시카고 참새 사투리였습니다.

하지만 30년 뒤 사투리는 두 종류로 줄었습니다. 사라진 것은 저음 영역이었습니다. 참새들은 열심히 불러도 소음 탓에 알아듣기 어려운 저음 영역을 버리고 고음을 택한 것입니다.

도시 새와 시골 새는 적을 만났을 때의 행동도 다릅니다. 스페인과 프랑스 연구진은 2009~2011년 덴마크와 스페인에서 1천132마리의 참새와 방울새, 지빠귀 등을 채집하여 그 반응을 조사하였더니 같은 종이라도 시골에서 잡은 새는 격렬하게 몸을 틀고 부리로 쪼았는데 비해, 도시 새는 몸부림이 훨씬 덜했습니다. 심지어 기절 상태를 보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시골에는 새매와 같은 맹금류가 천적이라면, 도시의 천적은 고양이입니다. 연구진은 ‘도시 새가 얌전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도시의 천적을 벗어나는 데 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연의 변화는 사람의 미래 모습 변화에도 크게 영향을 줍니다. 산업화, 도시화에 따라 자연은 어떠한 진화과정을 추구하는지에 대해 더욱 깊이 연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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