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언어를 바꾸자
죽음의 언어를 바꾸자
  • 승인 2019.11.2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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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아직 여유가 있어 한 해를 돌이켜보기 좋은 시점이다.

계획대로 살았는지, 주변 사람에게 잘못한 일은 없는지 돌이켜보자면 말로서 지은 죄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은 말과 글로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말했을까? 그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오해를 일으켰구나. 제3자에 대한 험담을 제지하지 않고 듣고만 있었구나.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네.

불교에서는 말로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을 구업(口業)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천수경(千手經)의 첫 시작은 ‘입으로 지은 업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참된 말’로 시작된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이를 세 번 연거푸 외우는 것으로 입으로 짓는 모든 업을 씻어내고자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지은 죄를 사죄하고, 이를 행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일이 새롭게 시작하는 첫 번째 일이다.

최근 젊은 연예인들이 악의적인 댓글에 시달리다 급기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특히 인터넷- 너무 폭력적이다. 청소년의 대화는 듣기 민망할 정도로 폭력적인 경우가 많다. 해맑은 저 친구들이 왜 저런 언어를 쓸까?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언어를 돌아보자.

상호 소통을 위한 언어가 상처를 주고, 영혼과 육체를 죽게 만든다.

나이, 계급, 성별 등에 의해 구분되는 언어는 권위적인 분위기 속에서 소통이 아니라 변명을 위한 언어, 타인을 헤치는 언어를 양산해왔다.

사실 속에 나의 생각, 판단이 슬쩍 들어가서 또 다른 사실이 되어 버린다.

새해에는 비폭력대화를 시도해보자.

비폭력이란 우리 마음 안에서 폭력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비폭력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NVC)는 미국의 마셜 로젠버그 박사가 최초로 제창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비폭력대화에 대한 연구와 실천활동이 활발하다.

비폭력대화의 목적은 질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나의 욕구 및 필요와 상대의 욕구 및 필요가 동시에 만족되며, 서로 즐거운 방법을 찾는 것이다. 가정이나 학교, 기업 등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적용 가능한 대화 모델이다.

부언하면 비폭력대화의 모델은 ‘관찰 - 느낌 ? 욕구 및 필요 - 부탁’이라는 절차를 거친다. 상대의 행동이나 말을 비디오로 찍은 듯 관찰하여, 그것을 보거나 들은 나 자신의 내면에 든 느낌을 확인한 다음 그 느낌 뒤에 존재하는 필요를 확인하여 상대방에게 자신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전달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단계는 고정적이거나 반드시 순서를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나, 하나의 언어를 습득하듯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성희롱이 발생한 조직의 재발방지 활동에 상호존중의 소통방식으로 비폭력대화 모델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도입되었다. 조직에서의 성희롱을 조직문화 관점에서 접근하여 구성원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성평등과 상호존중의 조직문화 형성을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이는 구성원 모두가 변화를 위한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지원자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직장 내 성폭력인 성희롱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사람은 변화를 강요받게 되면 자신의 주장이나 태도를 고수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대화법이 서서히 조직의 변화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을공동체 활동도 그렇다.

주민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살피는 일이 먼저다. 욕구를 표현하는 일에 비판적인 사회에서 이를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폭력적인 죽음의 언어보다 삶의 언어, 공존의 언어를 쓰도록 하자. 모른다면 배워야 한다. 주민센터를 비롯해 대학에서도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감의 언어, 비폭력적인 언어를 개발하고 실습하는 다양한 활동이 요구된다.

아기가 말을 배우듯 상호존중의 소통방식을 익히자.

이는 우리가 원하는 삶을 행복하고 창조적으로 살 수 있는 공기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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