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
끝났다
  • 승인 2019.12.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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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12월 4일 수능발표일이다. 기대를 하고 싶지만 이미 마음을 정리한 상태다.

아들은 시험이 끝나고 짧은 문자를 했다. “끝났다”고 말이다. 실수를 한 것은 아닌지, 무슨 사고라도 생긴 건 아닌지 걱정하며, 마음으로 아들을 응원하고 있던 홍희는 안도했다. 이어 결과가 어떨까 궁금했다.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인터넷상에는 문제지와 정답지가 올라왔다. 빠른 정보에 혀를 내둘렀다. 과연 아들은 가채점을 해보았을까? 궁금했지만 겨우 시험을 끝낸 아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속으로 삭이기로 했다. 그런데 1분도 채 안 되어 엄마의 궁금증을 알기라도 하는 듯 “잘 쳤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기뻤다. 못 쳤다는 문자보다는 잘쳤다는 문자가 반가웠다. 그러나 바로 의구심이 생겼다. 가채점을 해보기는 하고 잘 쳤다는 것인지, 잘 쳤다는 것이 어느 정도 등급이 될 것인지 서로 온도차가 다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들은 꽤나 낙천적이다. 자기보다 잘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자신이 못했다고 자책하기보다는 자기보다 못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잘했다고 느끼는 아이다. 위만 바라보고 괴로워하는 성격보다는 행복한 성격이라는 생각도 하지만, 좀 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불만이었다. 목표를 높게 잡고 거기에 오르기 위해, 현재의 즐거움보다는 성취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욕구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늘 생각했다. 지금 공부를 하고 싶으면 열심히 하고, 놀고 싶으면 노는 현재중심적 아이다. 목표보다는 현재가 더 중요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대체로 늘 행복하다. 이것은 아들의 큰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쩔수 없다. 선천적인 성격은 쉽게 바뀌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들의 ‘잘 쳤다’가 홍희는 불안했다. 수고한 아들에게 가채점을 묻지는 않았다. 맛있는 저녁밥을 먹고 아이는 그렇게나 하고 싶었던 게임의 세계로 들어갔다.

8월쯤 아들과 남편이 다투었을 때, 밖에서 아들과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만18세 이상으로 성인에 해당하니, 독립하라고 했다. 원하는 대학을 가든, 무엇을 하든 정신적으로 독립하고 가능하면 주거도 독립하라고 했다. 엄마도 아들에게도 독립하고 싶다고 했다. 아들은 좋아했다. 집을 떠나 방을 구하고, 자신만의 생활을 하는 것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홍희는 진심으로 아들이 원하는 대학을 가서 독립했으면 했다.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 가도 되고, 대구에 가도 심리적으로 독립하여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해나가기를 원했다. 아침마다 일어나라고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았고,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걱정하고 싶지 않았고, 밤늦도록 게임을 할까 불안해하고 싶지 않았다.

시험을 잘 쳤다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아들은 바로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논술대비라도 하려면 수능최저를 통과해야 하기에 물어보았다. 아들은 안 된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아들이 ‘잘 쳤다’는 기준이 무엇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아들에게 바라는 엄마로서의 바람이 있다.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어떠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결과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아들은 엄마의 기대와 바람과는 늘 달랐다.

분명히 홍희는 아들이 수능을 치고 나면 서로 독립하자고 했다. 그래야 서로가 성장할 것이다. 일주일간 아들을 ‘엄마의 희망’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아들의 성격, 관심사, 가능성 등에 대해 말이다. 몇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아들이 일주일 넘도록 칩거하면서 내린 계획과 결론이 있다면 듣기로 했다. 엄마의 기대를 버리고 아들에게 적합한 것일지, 할 수 있을 것인지 냉정하게 판단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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