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거북한 대북정책
모두가 거북한 대북정책
  • 승인 2019.12.0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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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필자가 한참 어릴 때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었고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인해 금강산 관광은 전면 중단되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이와 관련해 북한의 사과나 재발 방지에 대한 그 어떤 약속도 없고 당연히 관광객 신변 안전을 제도화하는 그 어떤 계획도 논의된 것이 없다. 그런 북한이 최근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통보해왔고 정부는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통의 시각으로 보면 이러한 정부의 대응은 속이 답답한 정도인데 여기 한술 더 떠 정부는 원산·갈마지구 공동개발을 제안했고 여기서 정말 많은 국민들은 격노했다. 퍼주는 것도 정도껏이지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필자 역시 비슷했다.

원산은 김정은의 고향이기에 김정은의 원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북한 핵심층은 물론 정부의 대북담당자들에게도 오래전부터 관심사였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북한 내에서는 원산 관련 사업이나 지시는 무조건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북한 노동당과 내각 및 군부 인사들 사이에 퍼져있다고 했는데 이번 김연철 통일부장관의 발언으로 대한민국 정부조차 여기에 한뜻임을 온국민이 알게 되었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9.19 남북 합의 중 하나로 동해관광특구 공동개발을 언급하며 원산·갈마지구 개발도 포함된 것이라 했는데 금강산에 투자된 우리 국민의 재산이 하루아침에 철거될 상황인데 북한에 또 돈 대줄 궁리를 하고 있다. 김장관은 금강산 임시 숙소였다가 방치된 340여개의 컨테이너는 정비 필요성이 있고 남측 사업자들도 이를 공감한다며 "방치된 시설 정비를 북한은 철거로 이해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순간 필자는 귀를 의심했다. 저 발언이 대한민국 통일부장관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소리인가. 얼마나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발언인가. 금강산 지역은 국내 기업이 50년 독점 개발 계약을 했고 나랏돈 포함 1조원 이상이 투자된 곳인데 북한의 일방적 철거 통보에 그 어떤 적절한 대응 발언은 한마디도 없고 오히려 이를 수용하며 더 나아가 다른 곳에 개발하자고 제안하는 정부, 대한민국 정부가 맞는가.

한술 더 떠 김장관은 "북한이 원산·갈마에서 금강산까지 관광지구를 자체 개발했을 때 대한민국 국민이 어떤 식으로 관광을 갈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며 교통 문제를 거론하면서 구체적으로 동해선 철도, 양양~원산 항공기 운항, 크루즈 선박 운행 등을 언급했다. 이를 보는 국민들은 뜬금없는 새로운 관광구역 개발 언급으로도 분통 터지는데 철길도 깔아줄 판이라 생각하면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글로벌 호구'라는 대한민국의 별명은 대북정책에서도 예외가 없다 싶을 것이다.
정부는 김장관이 언급한 내용을 두고 대면협상을 거부하는 북측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이라며 실제로는 유엔의 제재가 있어 대북 투자 자체가 불가능하며 새로운 관광개발과 관련한 투자는 논의할 수도 없다는 식의 입장인데 국민은 불안하고 거북하고 나아가 국민에게는 물론 이런 언급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가지는 위상에 어떤 흠을 낼까 하는 염려도 생긴다. 동시에 북한은 앞으로도 늘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발아래로 보고 더한 억지를 부릴 것이라는 확신도 든다. 미사일을 아무리 쏘고 위협해도 대한민국은 북한에게 퍼주는 나라로 여길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통일부의 대책과 대응에 대해 우려와 염려를 나타냈다. 조건부라 하더라도 명백히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 사항을 제안하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에 한국이 제재의 약한 고리로 보여질 수 있으며 김정은 우상화 사업에 돈 퍼주는 정부라는 이미지를 씻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도 하고 금강산 살리자고 북한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정작 피살문제와 같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소홀히 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금강산 살리겠다고 국가의 기본 의무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의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여름 일본과의 무역마찰을 시작으로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도하지는 않았으나 강경한 입장을 다각도로 표명해왔고 많은 국민들은 이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며 반일운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물론 맥락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런 강경한 대일정책을 주도하는 정부가 대북정책은 미온적이다 못해, 을 중의 을을 자처하는 속내가 궁금하다. 현 정부가 열을 올렸던 북한과 미국과의 중재자 역할도 결국 두 나라는 우리를 배제하고 알맹이 협상을 다루고 있지 않은가. 어렵게 조성한 화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결국 반복되는 미사일 발사 실험만이 지금 한반도에 남아 있다.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북한을 원조했고 이는 우리가 동포라는 생각에서였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이해도 임계치에 도달했고 우리 국민들은 몹시 거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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