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우리의 대응태도 변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우리의 대응태도 변해야 한다
  • 승인 2019.12.0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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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지난 2월28일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우여곡절 끝에 북미는 10월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했으나 양측 모두 기존의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북한이 결렬을 선언해 실무회담은 중단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이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북미간 대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북한은 지난 4월 그들이 제시한 금년 말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 없이 북미협상이 이대로 해를 넘기면 내년부터‘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새로운 길이 무력도발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되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3일 발표한 담화문에서“우리가 제시한 북·미 협상의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밝히면서 미 행정부를 향해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협상의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북미간 대화의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거듭 연말 시한론을 거론하며 조급증을 내고 있는 반면 한때 자신의 재선을 위해 북한과의 협상에 조급증을 가지고 있던 트럼프는 오히려 느긋하게 대처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이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협상 재개시한을‘연말’로 정하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면서 5월4일을 시작으로 11월 28일까지 4차례 초대형 방사포 발사시험을 포함하여 단거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 등 13차례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고 있는데 반해 미국은 대북 정찰 강화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즉 북한이 담화문을 발표한 날 미국 정찰기 2대가 동시에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였는데, 정찰기 두 대가 같은 날 동시에 출격한 것은 이례적으로 이런 공개비행은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 등 군사적 움직임을 감시하면서 돌발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 차원으로 보인다. 심지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3일“김정은과 나의 관계는 정말 좋다”고 말하면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갈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필요하다면 북한에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하였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표현은 실로 오래만에 하는 것으로,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실무회담도 재개되지 못한 채 연말까지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북미회담은 개최될 가망성은 없어 보인다. 스스로 세계 최강국을 자부하는 미국이 북한의 협박에 밀려 서둘러 실무회담을 재개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재선을 앞 둔 트럼프행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북한 관련 전문가들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극적인 계기로 최소한 실무회담이라도 재개되지 않는 한 북한은 그들 정권의 특성상 아마 내년 김정은 신년사 발표에서 북미협상의 결렬을 이유로‘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천명한 후 ICBM 도발을 재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를 경우 북미간의 관계는 또다시 냉각상태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북미협상이 경색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북한은 그들의 전형적인 수법대로 봉미통남(封美通南) 전략에 따라 우리 정부를 향해 내뱉던 비난의 화살을 버리고 대화의 제스처를 취해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럴 경우 또 다시 남북정상회담 등이 개최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듯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북핵과 관련하여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국외자의 입장에서 북한과 미국의 처분만 기다리는 듯 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현실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따라서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지금처럼 비굴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큼의 인내심을 가지고 대처하기보다는 우리 정부와 국민이 인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확실하게 천명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북한이 서해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실시해 9·19 군사합의 마저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도 유감만을 표명할 것이 아니라 이에 상응하는 군사조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이 정부를 안심하고 믿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한마디로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세습국가인 북한의 입장에서는 핵이 그들의 정권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무기이기 때문에, 이의 포기는 곧 국가는 존속할 수 있어도 세습정권의 몰락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 정부도 북한에 대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없는 인내심을 가지고 말로만 유감을 표명하고,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일정부분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의 현명한 대처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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