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지옥이다
타인은 지옥이다
  • 승인 2019.12.0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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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실존주의의 대표적 사상가였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은 그의 작품'닫힌 방'이라는 희극 중에 나오는 말이다. 사르트르는 왜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했을까? 그 말을 곱씹다 보니 깨닫게 된다. 그 말은 대략 이렇다. 타인은 내가, 나다워 지는 것을 방해 한다는 뜻이다.

내가 나다워 진다는 것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내가 온전한 내가 되어 살아가는 것. 새는 새로 살아가고, 물고기는 물고기로 살아가는 것. 나무늘보는 나무늘보로 느리고 게으르게 사는 것. 긴 팔 원숭이는 모양대로 긴 팔로 나무를 이리저리 넘나들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자기답게 사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나 아닌 다른 대상, 즉 타인의 눈치 아닌 눈치를 보며 살아간다. 그리고 타인의 생각이나 타인의 반응에 우리의 모습을 끼워 맞추며 살게 된다. 그 순간 나는 온전한 내가 되기보다는 타인과 반응하고 교류하기 위한 내가 만들어진다. 내가 나다워 지는 것이 방해를 받게 된다. 그때 타인은 나를 가두는 지옥이 된다. 우리 속에는 무수히 많은 개인적 무의식이 있고, 나아가 선조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집단의 무의식이 존재한다. 그래서 내가 나에게 집중하면 그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굳이 외부에서 만들어진 교육을 받지 않아도 우리 속에는 이미 수많은 선생이 존재한다. 내 속에 집중하고, 나의 목소리를 들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교육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되는 것을 방해받게 되었다. 그리고 누군지 모르는 그 어떤 사람이 만든 어떤 규칙 같은 것에 갇혀버렸다. 생각이 갇혀버렸고 우리들의 행동이 갇혀 버렸다. 나아가 우리의 꿈이 갇혀 버렸다. 지옥이 멀리 있지 않았다. 그곳이 바로 지옥이었다.

나는 마음껏 까불고 놀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는데 선생님은 늘 조용해라고 말씀 하셨다. 앉아서 책을 읽어라 말씀 하셨다. 지옥 이었다. 더 놀고 싶었는데 선생님은 들어오라 했다. 들어가서 책을 읽어라 했다. 지옥 이었다.

어느 날 내 꿈을 누군가에게 사람들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꿈 깨라고 이야기했다. 그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헛된 몽상이라고 이야기했다. 너 같이 살다 가는 이 험한 세상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타인이 지옥 되는 순간이다. 하루는 힘없고 약한 친구와 놀고 있었다. 친구들이 그 친구를 힘 약한 친구를 놀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 친구는 한 사람으로서 인정하지 못했고 힘없는 친구로 전락해버렸고, 누군가의 웃음거리로 전락해버렸다. 놀림을 받던 그 친구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었다. 그냥 웃음거리였고 조롱 꺼리었다. 타인은 지옥 이었다.

사르트르가 얘기한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이 언제나 옳지는 않다. 상황에 따라서 타인이 지옥이 될 수도 있고, 천국이 될 수도 있다. 타인이 지옥이 될 때는 나의 존재가 실존을 부정 당 할 때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지 않고 나를 오려 내고 나를 붙이고 그들의 입맛대로 나를 만들어낼 때 나는 지옥에 갇히게 된다. 이때가 바로 타인은 지옥이 된다. 반면 타인이 천국 될 때는 타인은 나를 있는 그대로 실존으로 나를 봐줄 때 다. 나를 존중해주고 내 꿈을 응원 해주고 나에게 날개를 달아준다. 힘들고 지칠 땐 힘이 되어주고 소파가 되어주어 쉬게 해준다. 너무 감사한 존재다. 그리고 다시 나는 힘을 얻어서 다시 나는 내가 될 수가 있다. 내가 되기 위한 길을 떠나는 것이다. 타인은 더 이상 지옥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자유인이다. 어떠한 순간에도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지니고 태어났다. 내가 나에게 집중하고 내 목소리를 들으면 우리는 자유로워진다. 실존으로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나에게 집중하지 못하면 온전한 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보다는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래서 타인은 지옥이 된다. 타인은 늘 나를 그들의 판단과 그들의 기호에 가둔다. 우리는 늘 타인들 때문에 괴로워한다. 타인은 지나가는 바람과 같고, 신기루에 불과하다. 타인이 더 이상 나를 지옥에 가두지 못하도록 좀 더 사람들의 이목과 시선에 자유로울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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