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 허울뿐인 ‘직장 내 괴롭힘’ 조사
달서구 허울뿐인 ‘직장 내 괴롭힘’ 조사
  • 정은빈
  • 승인 2019.12.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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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전산에 괴롭힘 목격 게시글
조사 방식 직원 탐문 수준에 그쳐
“제보 들어와야 정식 조사 가능”
매년 500만원 투입 ‘레드 휘슬’
올 들어 제보 접수 단 1건도 없어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가 형식적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정 기능을 해야 할 감사실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문제 제기다.

대구 달서구청은 지난달 8일부터 20일까지 13일간 올해 직원 간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준 행위 여부와 사례를 조사해 결과를 서면으로 제출하라는 달서구의회 요청을 받았다.

지난 10월 28일 달서구청 내부전산망 ‘새올행정시스템’에 “어떤 팀장이 같은 팀원의 인격을 모욕하고 막말을 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는 익명 게시글이 올라온 데 따라서다.

달서구청은 해당 글 내용에 관해 조사한 결과 “실체가 없다”고 보고했다. 달서구의회가 조사를 요청한 범위는 올해 사례지만 달서구청은 게시글의 진위를 파악하는 데 머물렀다. 조사 방식도 수시로 직원들을 탐문하는 수준에 그쳤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직원들이 모여 있으면 물어보는 식으로 알아봤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제보가 들어와야 정식으로 조사할 수 있다”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는 문서 대상인 감사와 달리 조사 근거가 없어 정기적으로 실시하기 힘들다”고 했다.

직장 내 괴롭힘 조사는 제보에 의존하지만 제보 시스템도 비활성화된 양상이다. 올해 달서구청이 익명제보시스템 ‘레드휘슬’을 통해 접수한 제보는 1건도 없었다. 이 시스템은 매년 예산 500만원을 들여 운영된다.

달서구의회는 감사실의 건강한 조직문화 형성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 홍보 활동의 실효성이 낮아 효과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3일 달서구의회 제267회 제2차 정례회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안영란 의원(자유한국당)은 “사전 예방 사업을 추진하기 전 감사실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성인지감수성’에 따라 피해자 입장에서 이해하는 자세로 조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구 북구청에서는 노동조합 주도로 직장 내 갑질 조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북구지부는 매년 10~11월 서면 설문조사 형식으로 갑질 인물과 사례를 조사하고 이를 감사실에 전달한다.

전공노조 대구달서구지부도 내년 상반기 온라인으로 직원 청렴도와 괴롭힘·갑질 사례 등을 조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공노조 달서구지부는 지난 2016년 이후 비용 부담으로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정재학 전공노조 달서구지부장은 “구청 내 조사권이 감사실에만 있어 다른 부서는 조사할 수 없고, 조사하더라도 감사실에 결과 통보만 할 수 있다. 이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아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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