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낭비 없는 음식문화! 나부터 실천!
<기고>낭비 없는 음식문화! 나부터 실천!
  • 승인 2010.04.1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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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대구지방환경청 녹색홍보팀장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온 것이 달포 전 일이었다. 오래전부터 일본의 음식문화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지만, 실제로 경험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설마 그럴까? 생각했는데, 역시 그랬다. 반찬으로 나온 것이 한 젓가락에 없어질 정도의 적은 분량이었으며 반찬을 추가로 주문할 경우 추가분에 대해 따로 계산을 해야 한다니 끼니를 찾아 먹는 일도 하나의 스트레스거리가 되었다.

그 이후, 어느 TV프로그램에서 사회자가 외국인 여성에게 “우리나라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음식점에서 반찬을 무한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밝게 웃는 모습을 보고,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나라의 푸근한 음식 인심에 잠시나마 흐뭇한 미소와 군침이 감돌았다.

우리나라의 음식물쓰레기 문제가 사회문제로 등장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진동하는 악취와 들끓는 세균, 쥐·고양이 등 들짐승으로 인한 생활상의 폐해는 둘째로 치고, 처리비용이 엄청나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지난 2월, 제7차 녹색성장위원회에서는 `음식물쓰레기 20% 줄이기’를 위한 범부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가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및 경제 그리고 사회·문화적인 이슈라는 측면에서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음식물은 쓰레기 처리 과정뿐만 아니라 생산, 수입, 유통, 가공 및 조리 단계에서도 많은 에너지와 비용을 소모하는 `에너지 집약체’라고 한다.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자원·에너지 낭비 등 경제가치 손실이 2005년 기준으로 18조원, 2012년에는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학교나 군부대, 기업체나 공공기관 등 집단급식소에서 각종 아이디어와 다양한 유인책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구지방환경청에서는 잔반그릇 모으는 자리에 `양심저울’을 설치했다.

남은 음식물이 담긴 식판을 양심껏 저울에 올려놓으면 정해진 양보다 잔반이 많을 경우 `삑~~’하는 경고음과 함께, `빨간 신호등’이 켜지게 된다. 그러면 웃는 표정으로 저울 옆에 앉아있는 돼지저금통에 일정 금액의 벌금을 넣어야한다. 물론 강제수단은 아니다. 그러나 `양심저울’의 설치는 강제수단을 훨씬 넘는 효과를 가져왔다.

양심저울을 설치한 지 불과 1개월. 설치 이전 1인당 98.6g이었던 잔반량이 1개월 만에 45.2g으로 확 줄어든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호기심 반 재미 반으로 식판을 올려보던 것이, 이제는 저울에 올려놓을 일이 드물게 되었다. 아예 남기지 않는 일이 더 많아졌으니 말이다. 생각으로부터 말과 행동이 나오고, 행동이 습관을 낳으며, 습관은 인격을 형성한다고 한다. 작은 생각만으로도 습관과 인격이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다.

쓰레기 분리배출이 우리나라 보다 훨씬 철저하게 시행되고 있는 일본에서 또 한 번 새삼스러움을 느꼈던 것은 음식물쓰레기가 분리배출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일반쓰레기와 함께 종량제봉투에 넣어서 버릴 만큼 발생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남은 음식물을 충분히 말려 수분을 빼고 버리는 일이 생활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음식물쓰레기를 20%만 줄여도 연간 온실가스 약 400만t의 감축 효과와 5조원의 사회·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필요한 만큼 준비하고 먹을 수 있는 만큼 덜어 먹을 수 있는 음식문화 조성을 위해, `내가 먼저(Me First)’ 실천해보자. 대중음식점이나 행사장 등에서도 소형·복합 찬기를 활용하고 메뉴를 개발하는 등 낭비 없는 음식문화 조성을 위해 함께 실천해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올바른 식습관이 우리나라의 음식문화를 바꾸는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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