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빠져나온 펜타곤 기밀을
기억하고 싶어 졌다
곰팡이와 거미줄이 자라나는 성곽
금은보화보다 귀한 재산은
한 줄 글귀임을 당신은 알까
무너뜨리는 연습 수없이 한 후
죄책감은 성문을 밀고 나올 테지
백지가 세상의 무엇보다 편안하다는 것은
깊은 한숨이 번쩍이며 지나갔기 때문
덜컥 화부터 낼 수 없도록
거미의 몸 냄새 한 장 넘길 때마다
촘촘히 찍힌 활자의 내력
따뜻한 백지 한 장 받아 들고
수많은 협상에서 인내한다는 것은
기록이 남긴 고민들
눈으로 삼키고
손끝으로 밀어내는
섬광처럼 번뜩이는 정신의 신호들
◇김건희=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수상 등단, 이상화문학제 백일장 대상, 최충문학상 수상, 형상시학 회장
<해설> 프린트기의 일상어들이 비밀언어로 둔갑하는 펜타곤 기밀의 종말에는 금은보화보다 더 귀한 한 줄 당신의 문장을 무너뜨린 죄책감으로부터 기인한다. 가슴의 언어들이 촘촘히 박힌 활자들의 인내심을 요구한다는 것은 수많은 협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프린트기의 고뇌요 번뜩이는 정신의 신호이기도 하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