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소비자가 세상을 바꾼다
정치 소비자가 세상을 바꾼다
  • 승인 2019.12.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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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
선거철이 다가온 것 같다.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말이 거칠어지고 정치 지망생들이 지역주민들과 소통의 기회를 갖는다는 명분으로 경쟁이라도 하듯 출판기념회 또는 북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흔히들 선거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 지망생들이 그동안 자신의 분야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통해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아젠다를 생산해 내고, 이를 지역 발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기회의 장(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선거전이 벌어지면 축제는 고사하고 진흙탕 싸움이 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정치에 입문한 정치 지망생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자신의 분야에서 상당한 입지를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아마 정치권을 둘러싼 환경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정치 지망생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최종적인 책임은 정치 서비스를 소비하는 유권자의 비합리적 선택과 무관심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유권자의 비합리적인 선택이 문제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는 그의 저서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주식 투자를 미인 콘테스트에 비유했다. 당시 영국에서 유행하던 미인 콘테스트에서는 여성 100명의 사진을 신문에 게재한 뒤 가장 아름다운 여성에게 투표하게 한 뒤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여성을 선택한 참가자에게 상을 주었다. 이 경우 투표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신이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이 미인이라고 여길 것 같은 사람에게 투표하는 전략을 세워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식은 기업의 내재가치보다는 대중들이 선호하는 주식에 투자하면 성공할 수도 있지만, 선거에서는 승리할 확률이 높은 후보자 보다는 바람직한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유권자의 무관심이 문제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지역주민들을 위해 상머슴이 되겠다고 큰 소리를 외치지만 막상 당선되면 상전으로 바뀌는 근본적인 이유가 도대체 뭘까? 아마 주인과 대리인 문제일 것이다. 주인이 모든 일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어렵거나 과도한 비용 발생 때문에 자신보다 유능한 대리인에게 권한을 위임하면서 주인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약속받고 그에 따른 보상을 해 주기로 계약을 맺는다. 주인은 대리인을 고용할 때 대리인의 행위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기를 기대하지만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먼저 행동하기 때문에 주인과 대리인의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선거가 끝나면 일상생활로 복귀하면서 정치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은데 주인과 대리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착한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말이 있다. 착한 소비라는 말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소비자의 역할에 반영된 표현이다. 이제 소비는 더 이상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형성되는 소극적 경제 관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윤리, 나아가 소비자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적극적 행위다. 다시 말하면 착한 소비자의 소비 행위가 사회 공동체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고려해 사회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으로 소비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시장에서 특정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한다는 것은 그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에 지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 소비자로서 유권자는 ‘착한 정치인’을 선택해야 한다. 착한 소비자들이 좋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듯 유권자인 정치 소비자들도 착한 정치인을 선택해야 된다. 착한 정치인이 선출되어 이들이 좋은 법안을 만들고, 정직하게 소통하며, 사회구성원이 공생하는 정치를 지향할 때 공정하고 밝은 사회를 조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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