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에 수능 성적표 위조해 드립니다”
“20만원에 수능 성적표 위조해 드립니다”
  • 김수정
  • 승인 2019.12.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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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와 1분 만에 연락 닿아
“싱크로율 99%” 판매 이력 뽐내
평가원 직인·로고까지 똑같아
“부모님께 혼날까봐…자랑용”
판매자·구매자 모두 처벌 대상
최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인 성적표가 배부된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성적표 위조·매매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9일 취재진이 ‘수능 성적표 양식’을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검색하자 수능 성적표 거래를 원한다는 게시글과 질문글 30여 개 이상이 노출됐다. 취재진이 한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성적표 관련 단어를 검색해 노출된 SNS 아이디로 채팅을 보내자, 1분 내에 A판매자와 연락이 닿았다. 판매자는 수능성적표를 판매하냐는 취재진에 질문에 익숙한 듯 성적표 위조시 필요한 관련 사항들을 보내왔다. 그는 취재진이 수험번호, 성명, 출신고교, 과목당 원하는 성적 등을 입력해 보내면 바로 성적표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위조 성적표가 실제와 비슷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자신의 문서가 진짜 수능 성적표와 ‘싱크로율 99% 이상’이라고 자부했다. 또 판매자는 “자신의 판매 이력이 많다”면서 타 구매자와 거래한 내용이 담긴 캡처본을 보내왔다.

채팅방 검색창에 성적표를 ‘ㅅㅈㅍ’ 등의 초성으로 검색해 만난 B판매자는 성적표 양식을 3만 원에 판매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만든 ‘2020학년도 수능 성적표 양식’을 보내왔다. B판매자가 보여준 성적표 양식은 교육과정평가원장 직인과 평가원의 뒷 로고까지 찍혀 육안으로는 실제 통지표와 구분이 힘든 수준이었다. 온라인 상의 단순 수능 성적표 양식 거래는 1~3만 원 선에서, 직접 성적을 입력해 성적표를 만들어주는 거래는 20만 원대로 이뤄졌다. 한 파일다운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면 무료로 양식을 배포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달 초 올라온 ‘수능 성적표 양식 필요하신분 들어오세요’라는 제목의 한 게시글에는 수 십개의 비밀 댓글이 달렸다.

온라인 상으로 수험생들이 가짜 성적표를 구매하려는 이유에는 성적이 낮아 부모님께 혼날까봐, 부모님께 재수를 허락 받기 위해, 통지표를 SNS등에 자랑하고 싶어서, 재수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등이 있었다.

대학 진학을 앞둔 한 모양은 “근처에 재미로 수능 성적표를 위조해 돌려보는 친구도 있다”면서 “친구들이 수능 성적표 위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아직 (경찰에)걸린 친구는 없다”고 말했다.

수험생 자녀를 둔 김모(여·49)씨는 “부모의 입장에서 더욱 자녀의 성적표 위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꾸중을 면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저지른 행동이 주변 사람을 더 낙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수능 성적표를 위조하는 행위와 목적이 단순하다 해도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이 결코 가볍지 만은 않다.

경찰 관계자는 “행사할 목적으로 수능 성적표를 위조·매매할시 위조한 사람은 공문서위조죄, 매매한 사람은 공문서행사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김수정기자 ksj1004@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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