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SHOW)
쇼(SHOW)
  • 승인 2019.12.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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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화려한 쇼에는 늘 관객이 많이 몰린다. 그리고 쇼가 화려할수록 지불해야 할 비용도 올라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싼 돈을 지불하고도 쇼를 보러간다. 그 이유는 쇼가 화려할수록 우리 눈과 귀가 즐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려한 쇼를 보고 그만한 대가로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은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

쇼에 참여한 배우들은 모두 화려한 옷을 입고, 얼굴에는 화려한 화장을 하고 있다. 만약 쇼가 즐거움에 관한 것이라면 최대한 얼굴은 즐거움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 분장도 그에 맞게끔 한다. 반대로 쇼가 비극적이고 무거운 주제라면 주제에 맞게 옷을 입고 얼굴의 화장 역시 어두워진다. 모두 하나의 쇼를 위함이다. 하지만 쇼도 끝이 있기 마련이다. 화려한 조명이 꺼지고,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 공허하고 슬픈 생각에 사로잡히는 배우들이 많다고 한다. 원래 쇼라는 것이 그렇다. 쇼는 진짜가 아니라 그야말로 보여주기 위한 가짜 즉, Show이기 때문이다. 쇼가 끝나면 화려했던 조명은 꺼지고, 화려했던 옷도 벗게 된다. 화려했던 화장도 지우고, 실제 자신의 삶으로 들어온다. 관객이 떠나고 불이 꺼지면 쇼도 끝이 난다. 쇼는 쇼일 뿐 실제 우리 삶이 될 수는 없다. 실제 우리 삶은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아래다. 무대 아래 또 다른 우리들의 진짜 무대가 있다. 그곳에 우리의 진짜 삶이 있다.

화려 해 보이는 삶의 이면에는 그만큼 어둠도 존재하는 법이다. TV에 나와서 웃고 있는 수많은 연예인들이 공황장애, 우울, 자살 등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여자 연예인 두 명이 연이어 자살을 했다. 참 슬픈 일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미소와 화려함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무대 밑으로 내려와서 자기 삶으로 들어갈 때는 초라하고 허무하고 때론 눈물이 나는 그런 시간 속으로 그들은 내몰렸다. 그리고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힘을 가진 사람일수록, 가진 것이 많을수록 더 많은 쇼를 하고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높은 사람들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더 외로움에 노출되어 있다. 수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지만 사실 그들은 철저하게 외로움 속에 있다. 나 역시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정작 내 마음을 터놓고 편안하게 만날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아니 손에 꼽을 정도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함께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제일 많이 하고 있는 척은 무엇입니까?” 많은 사람들이 대답을 했다. 기쁜 척. 행복한 척. 잘하고 있는 척, 힘 있는 척, 즐거운 척, 괜찮은 척. 그중에 제일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고 말한 척은 바로 ‘괜찮은 척’이었다. 척한다는 말은 실제 그렇지 않은데 그럴듯하게 꾸민다는 말이다. 바로 쇼(show)를 말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너무 많이도 척하고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정말 “쇼하고 있다.”

삶은 쇼가 아니다. 더 이상 쇼하지 말아야겠다.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되는데 우리는 힘들지 않은 척, 쇼를 한다. 모르면 모른다고 이야기하면 되는데 아는 척, 쇼를 하기도 한다. 불안하고 두려우면 불안하고 두려운 대로 내 모습을 보이면 되는데 안 그런 척, 괜찮은 척, 당당한 척, 쇼를 하며 살고 있다.

‘어떤 사람으로 보여 지는가?’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사람인가?’이다. 행복하게 보이는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진짜 행복한 것이다. 기쁘게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기쁜 것이다.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많이 아는 것이다.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내 삶이 진정 그런 삶이어야겠다.

유열의 노래 중에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라는 노래가 있다. 노래 끝 부분에 “바로 지금,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에게 남아주오.”라는 부분이 나온다. 요즘 그 노래가 내 입가에서 자주 맴돈다. 삶은 쇼가 아니다. 이제 쇼 그만하고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 만났으면 좋겠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그렇게 우리 솔직한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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