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붕 위로 도망쳤는가 - 경북대학교 비둘기들
왜 지붕 위로 도망쳤는가 - 경북대학교 비둘기들
  • 승인 2019.12.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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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일전 보도에 따르면 경북대학교 본관 앞마당 일청담 둘레의 많은 비둘기들이 일제히 지붕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인근 지붕 위에 비둘기들이 새카맣게 올라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즐기던 일청담 둘레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많은 비둘기들이 이곳 일청담 둘레에 모여들어 물도 마시고 모이도 주워 먹곤 하여 경내 명물로 인정받아 왔습니다. 그리하여 이곳에서 비둘기와 더불어 사진도 찍고 모이도 던져주며 잠시 망중한을 즐길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 수가 너무 늘어나서 이제는 비둘기가 통행에 방해가 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또한 비둘기들의 배설물이 길바닥을 더럽혀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였습니다. 자동차가 다가와도 잘 비켜나지 않아 조바심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비둘기들이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게 된 것입니다.

‘어, 그 많던 닭둘기들이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지?’

닭둘기는 디룩디룩 살이 찐 비둘기를 가리킵니다. 비둘기이지만 닭과 다름없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편하게 먹이를 구하다보니 운동량이 적어서 무게가 많이 나가게 되어 얻게 된 이름이었습니다.

학생들은 비둘기의 행방을 좇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비둘기들이 모두 인근 건물 옥상 끝에 한 줄로 나란히 앉아 일청담을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다시 내려오고 싶다는 듯이 구구거렸습니다.

비둘기를 뜻하는 한자 ‘鳩(구)’는 아마도 그 울음소리인 ‘九九(구구)’에 연유하여 지어진 듯합니다.

‘다시 내러오면 되지!’

그러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일청담 가까운 곳에 참매 한 마리가 위엄 있게 앉아있었습니다. 참매는 새끼줄을 감아 편안하게 마련된 횃대 위에 앉아서 연못을 두리두리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비록 발목은 줄에 묶여 있었지만 얼마든지 일청담 둘레를 장악할 수 있어 보였습니다.

‘아! 그래서 비둘기들이 모두 도망쳤구나!’

참매는 이름과는 달리 매과 동물이 아니고 수리목 수리과의 맹금류입니다. 매의 부리부리한 눈매를 닮았기에 참매로 불리고 있는데 부리와 발톱이 날카롭고 억세어서 위압감을 풍깁니다.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그 생존환경이 점점 열악해지자 지금은 천연기념물 323-1호로 보호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참매는 경북대 자연사박물관에서 매 체험 행사를 위해 일청담에 잠시 가져다 놓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박물관 측은 이 매로 사냥도 가능하지만 사냥을 직접 시키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참매는 학명이 Accipiter gentilis Northern Goshawk으로서 유라시아대륙과 북아메리카에 걸쳐 폭 넓게 분포합니다. 우리나라에는 겨울에 찾아오는 철새로서 10월 초순에 날아와 3월 하순까지 머물다가 돌아가는데 가끔씩 이곳에 남아 텃새처럼 번식도 합니다. 2006년 3월 이후 충북 충주에서 번식이 확인되었으며 이후 충북 제천, 충남 보령, 공주에서도 번식이 확인되었습니다.

들녘 주변의 야산 또는 깊은 산 가장자리에서 서식하며 참새나 박새와 같은 작은 조류를 비롯 꿩이나 청둥오리 같은 제법 큰 새들과 포유류까지 잡아먹으므로, 먹이사슬에서는 비둘기보다 훨씬 위에 있습니다.

둥지는 높은 나뭇가지에 만들어 시야를 넓게 확보하는데 한배 산란 수는 2~4개라고 합니다. 포란은 주로 암컷이 하며, 새끼는 포란 후 36~38일이면 부화합니다.

이러한 맹금류인 만큼 참매가 등장하자 수많은 비둘기가 피난을 간 것입니다. 그리하여 비둘기의 피해가 심한 이곳에 참매를 상주시키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천적(天敵)을 이용한 자연 통제에 대한 논의라 하겠습니다.

사람들의 사회에서도 더러 이러한 현상이 없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큰 권위와 영향력을 지닌 어른이 계셨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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