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금호강 둔치에 버드나무 숲길 조성 기대
신천·금호강 둔치에 버드나무 숲길 조성 기대
  • 임종택
  • 승인 2019.12.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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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록색 살랑거리는 버들가지
서정을 자극하고 춘흥 돋궈
옛부터 설화·문학에 자주 등장
잔뿌리는 물 정화작용 기능
우물이나 하천가에 많이 심어
신천변버드나무
신천변 버드나무 가로수. 풍성한 버드나무 가로수가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금호강내 버드나무
금호강가에 자라고 있는 버드나무.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 (16) 수양버들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다

버드나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중 하나가 천안삼거리 버들이다. “천안삼거리 흥~ 능수야 버들은 흥~” 하고 흥얼거리며 늘어지게 부르는 가락이 먼저 생각난다.

버드나무 지팡이를 꽂아 자라났다는 천안의 버드나무는 능수버들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종이다.

혹자는 늘어진 버드나무중 수양버들과 능수버들의 차이를 묻곤한다. 생태적인 차이는 거의 없으나 새 버들가지의 색깔이 갈색일 경우는 수양버들이고 황록색일 경우는 능수버들이라고 하니 거의 차이가 없는 수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즉 둘 다 가지가 아래로 늘어지는 나무다.

‘길림성야생경제식물지’에는 물가에 사는 조선버드나무(朝鮮柳)의 별명을 ‘붉은 버드나무(紅柳)’로 적고 있으니, 흔히 버드나무라면 수양버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버드나무는 전세계적으로 교목과 관목을 합쳐 100여종에 달하며 우리나라도 수양버들, 능수버들, 왕버들, 갯버들, 키버들, 호랑버들, 용버들 등 30여종에 달한다고 한다. 버들이라는 단어는 박상진교수(경북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부들부들’하다는 나무가지의 특성에서 따왔다고 한다.

버드나무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설화, 그리고 민속과 문학속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나무다. 생태적으로는 버드나무는 특히 우물가에 많이 심었는데 이는 버드나무가 물의 정수기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안 옛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즉, 버드나무의 잔뿌리는 물에 녹아있는 질산태 질소와 인산을 흡수하여 물을 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한 버드나무의 속명인 라틴어 살릭스(Salix)는 ‘가깝다’는 뜻의 ‘살(sal)’과 ‘물’이라는 뜻인 ‘리스(lis)‘의 합성어이기 때문에 우물가나 하천가의 버드나무는 이와 같은 원래의 생태적인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특히 잔뿌리는 토양속에 공간을 만들어 물속 토양 생물의 서식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봄이 되면 하천이나 강변의 버드나무는 연록색 파스텔톤으로 봄꽃과 어우러져 꿈을 꾸듯 우리의 서정을 자극하고 춘흥을 도도하게 돋우기도 한다. 그래서 한시(韓詩)에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나무가 버드나무였으니 이정구(李廷龜)의 <柳枝詞>에서 “봄바람 버들가지 휘날리우고 그림 다리 서쪽에 해가 기울 때, 나는 꽃 어지러운 꿈 같은 봄 날, 슬프다 방주에 님은 안 오네”라고 읊었다. 사모했던 여인의 긴 머리카락을 떠올리게 하는 바람에 살랑거리는 버들가지가 더욱 애잔한 마음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역사속의 버드나무 설화도 있다. 이순신 장군이 무과시험을 치룰 때, 말에서 낙상하여 다리가 부러졌으나 곁의 버드나무 껍질을 벗겨 동여매고 다시 말에 올랐다고 하니, 그는 이미 이 나무껍질이 진통에 효험이 있다는 것을 알지 않았을까.

1899년에 독일은 버드나무 추출물에서 해열 진통제인 아스피린을 개발했다. 그것도 한국산 수양버들에서 추출한 약제가 가장 효능이 높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는 제방뚝에 버드나무를 주로 심었는데 이는 버들의 잔뿌리가 특히 땅속에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땅을 보호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하천을 관리하기 위해 관방제림(官防堤林)을 조성하면서 버드나무를 심었는데, 인조 때 조성한 전남 담양천의 숲이나 정조 때 수원 화성(華城)의 유천 버드나무 숲길인 남제장류(南堤長柳) 등이 그것이다. 특히 화성은 유성천(柳川城)으로 불리기도 했다.

양치질은 버들을 뜻하는 양(楊)과 치는 가지의 지(枝)에서 유래되었고, 이쑤시개를 뜻하는 요지도 버들가지라는 뜻이다. 그 외에도 버드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이러한 귀중한 버드나무를 천대하다 못해 모조리 없애버리는 일이 허다했다. 특히 버드나무는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고 잘리거나 하천의 물의 흐름을 막아 홍수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로 버림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산림청과 의학신문(2001.4)에서 버드나무 꽃가루는 “한반도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 가이드북”에 자리도 차지하지 못했는데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했고, 홍천수 연세대 의대교수는 2015년 발표한 ‘한국에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물’이라는 논문에서도 국내에서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물은 참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순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봄날 버드나무의 하얀 솜털이 날아다니는 것은 씨앗으로 알레르기와는 무관하다. 뿐만 아니라 ‘인하대병원 알레르기비염 환경보건센타’도 봄에는 자작나무, 오리나무, 참나무 등이고 가을에는 돼지풀, 쑥 등이 알레르기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한다.

얼마전 천안시에서 천안삼거리공원에 버드나무 테마공원을 조성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전부터 꿈꾸어오던 대구 신천과 금호강 둔치의 버드나무 숲길 조성에 대한 소망이 가느다란 희망의 빛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경북 성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성밖숲이라는 커다란 숲이 있다. 왕버들나무 군락지다. 수성못과 청송 주산지, 경산 남매지도 버드나무로 유명한 곳이다. 왕버들은 버들중에서 가장 우람하게 자라는 수종으로 신목이나 당산목으로 보호가 되고 있는 수종이 많다. 대구시에도 299(2018년 기준)그루 보호수 가운데 왕버들이 5그루다.

물을 좋아하는 나무의 특성상 수간의 속이 잘 썩어 몇 나무 되지는 않지만 왕버들은 강한 남성미와 힘을 상징한다. 그에 비해 수양버들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여성적 미를 상징하고 있다.

대구의 세느강이라 불리는 신천은 그동안 식생과 관리, 경관 등 다양한 분야를 토론회나 포럼 등에서 여러 번 다루어 왔다. ‘대구읍지’ 임수 조에 1808년 대구판관 이서가 신천에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 이 숲이 일제 강점기때의 기록인 ‘조선의 임수, 조선총독부’ 사료에 의하면 느티나무, 팽나무, 아까시나무, 소나무 등을 심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역사속의 나무를 복원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당초 법에도 없던 하천에 나무심기는 민선시장이 당선되고부터 강력하게 추진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그나마 신천은 도심에 더 가깝기에 다양한 수종의 식재와 관리가 되어온 것 또한 사실이다.

신천의 일부 구간에 심어놓은 수양버들과 왕버들은 온도가 서서히 내려가면 영하 80도에서도 살아남는 극한의 수종으로 12월의 추위가 무색하게 잎은 연록색 봄을 간직하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여유롭고 포근함마져 들게 한다.

대구를 대표하는 신천과 금호강 그리고 하중도를 지나 낙동강을 연계하는 둔치를 따라 버드나무 숲길을 만들면 어떨까. 둔치를 따라 걷다보면 한여름 태양이 내리쬘 때는 넉넉한 그늘이 부족한 곳이 많다. 그래서 물가에 잘 자라는 버들을 심기에는 제격이다. 대구에는 겨울에도 소나무나 잣나무 등을 제외하면 푸른색을 볼 수 있는 수종이 별로 없다. 현재 금호강 내에 자생하고 있는 버드나무를 둔치로 옮겨 심어 산책로를 조성한다면 또 다른 대구의 명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문명이 강으로부터 출발했듯 수질정화용 나무로 강을 살리고 앞산과 팔공산을 연결하는 신천과 금호강을 사람이 모여드는 풍요로운 시민의 강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그곳에 수양버들이 조성된 자전거길과 산책로를 따라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희망을 키워갔으면 한다. 울산의 대숲은 태화강에 조성되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었고, 천안삼거리 버드나무 정원도 버드나무가 현대에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요즘 고단한 현실에 처하고 있는 우리의 의식이 절망과 좌절로 굳어지기전 뭉게구름 피어오르듯 가지와 파릇한 잎이 뭉게뭉게 자라는 버드나무 숲길이 대구를 노래하는 희망의 숲으로 승화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임종택 (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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