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리당략(黨利黨略)에 함몰된 정치권
당리당략(黨利黨略)에 함몰된 정치권
  • 승인 2019.12.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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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객원논설위원
공직선거법에 따라 17일(선거일전 120일)부터 내년 4월 15일 실시되는 제21대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의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자유한국당의 극렬한 반대 속에 의결하여 패스트트랙에 올린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중앙선관위에서는 일단 현 선거구를 기준으로 예비후보지 등록을 받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겉으로는 사표(死票)를 줄이고, 지역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인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뒤로는 한 석이라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여·야 각 정당의 당리당략에 의해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새롭게 국회로 진출하고자 하는 정치신인들과 같은 애꿎은 예비후보자들만 결국 자신이 출마하고자 하는 선거구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총선이라는 경기에 나서게 되었다.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올라 있는 개정안은 지역구 의석을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려는 것이었으나 이 안은 국회 의결과정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 이유는 이 안에 대해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현직인 지역구 의원들이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당론과 무관하게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서는 선거법 개정이 있어 의견을 달리하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군소정당의 연합 즉 4 +1협의체라는 것을 통해 지역구를 현재보다 3석 줄이는 250석으로 하는 수정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준연동형 비례제 적용문제로 4+1협의체 내에서 다시 갈등이 야기되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즉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 한해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만 준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하는 캡을 씌우고, 석폐율제를 폐지하자고 함에 따라 정의당과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4+1협의체라는 것은 이번 예산안 의결과정에서 보여주었듯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더라도 협의체에서 합의한 어떤 내용의 법안이라도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수를 확보한 협의체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 협의체를 통해 선거법에서는 자신들이 크게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군소정당이 좀 더 많은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양보하고, 대신 그들이 반드시 추진하고자 하는 공수처법을 얻어내기 위한 좋게 말하면 정책연합 나쁘게 말하면 정책야합의 협의체로 볼 수 있다.

이번 선거법 변경으로 대박을 노렸던 정의당은 민주당이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만 준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하는 캡을 씌우고, 석폐율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대해 “대기업의 중소기업 단가 후려치기”라고 비난하는 한편 민주당은 정의당이 “개혁 알박기”를 한다고 반박하면서, 당초 정의당이 발의한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인 원안 상정을 추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러자 이 안을 발의했던 정의당은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 이 얼마나 자가당착(自家撞着)적인 말인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왜 자신들이 발의한 안을 상정하겠다는데 이것이 국민에 대한 협박인지 이해할 수 가 없다. 그렇다면 정의당은 그 안은 왜 발의했는지? 왜 국민들을 협박했는지? 명백하게 국민들에게 밝혀야 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17일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처리를 내년 1월 임시국회로 넘기자는 이야기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4+1’ 협의체에서조차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이견(異見)이 벌어지면서 전략적 후퇴를 검토하자는 것으로, 선거법 개정안 원안을 상정해 부결시키는 것은 4+1협의체가 깨어져 민주당이 반드시 관철해야만 하는 공수처법안 통과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나오는 궁여지책으로 여겨진다. 이 경우 내년 총선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예비후보자들은 더욱 곤궁에 빠지게 된다.

총선 때마다 반복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간 당리당략에 따른 막판 힘겨루기로 선거구는 물론 선거방식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해야 하는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선거‹š마다 반복되어 오고 있는 이러한 현상을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각 정당들이 어떤 미사어구로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결국은 유권자인 국민들을 무시한 극단적인 정당 이기주의로 볼 수밖에 없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획정은 선거일 1년 전 확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총선을 불과 넉 달 앞둔 현재까지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새롭게 정치에 뛰어들게 되는 정치신인들의 깜깜이 선거준비가 이번에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선거법상 예비후보자 등록 시까지 국회에서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으면 해당 선거의 선거구는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문을 명문화할 것을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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