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장위조 사건 공소장변경 불허, 승자는 변호사·담당판사, 패자는 檢·법원·피고인
표창장위조 사건 공소장변경 불허, 승자는 변호사·담당판사, 패자는 檢·법원·피고인
  • 승인 2019.12.19 2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
조국 부인인 피고인 정00의 표창장위조 사건에서 법원이 검찰의 공소장변경신청 불허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고, 그 내용이 너무 어려워 이제는 로스쿨 형사소송법 강의를 들어야 뉴스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공소장변경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 공소장은 검사가 법원에 대하여 육하원칙에 따라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기재하여 처벌을 요구하는 서면이다. 처음 기재한 공소장 내용이 실제 사실관계와 다르면 수정할 필요가 있는데 그 절차를 공소장변경이라고 한다.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검사가 필요할 때는 공소장변경 신청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2018. 2. 1. 절도를 하였다’고 기재하였는데 나중에 피고인의 범행일시가 3. 1.이고, 2. 1.은 범행 장소에 가지도 않은 것이 밝혀졌을 경우 이를 수정하지 않으면 ‘2. 1. 범행 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고 ‘3. 1. 범행 하였다’는 내용은 재판조차 받을 수 없어 실제 죄를 범하고도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공소장변경은 무제한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이유는 전혀 엉뚱한 내용으로 공소장을 제출하고 추후에 다른 내용으로 고쳐버리면 엉터리 기소가 만연할 수 있고, 또 피고인이 열심히 ‘나는 A범죄를 하지 않았다’고 무죄의 증거를 제출하였는데 검사가 어느 순간 ‘당신 죄는 B죄이다’라고 공소장을 변경하면 피고인이 그 동안 A죄에 대한 무죄 증거를 제출한 것이 일순간 허사가 되고 오히려 그 증거들이 B죄의 유죄 증거로 사용될 수 있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극히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는 ‘사실관계에 다소 차이가 있어도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공소장변경을 허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목을 조르고 폭행한 사실에 대하여 살인미수에서 강간치상으로 변경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① ‘목을 조르고 폭행한 사실관계’는 같은 점, ② 살인 목적이 아니고 성폭행 목적이라면 공소장변경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무죄가 될 수 있는 점, ③ 반면에 피고인은 ‘목을 조르고 폭행한 사실이 없다’라는 점에 대하여 증거를 제출하였으므로 죄명 변경에 따른 방어권 행사에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더 낮은 형량의 죄로 처벌되기 때문에 공소장변경이 허용된다. 표창장위조 사건에서 검사는 최초 ‘2012. 9. 대학교 사무실에서 위조 직인을 사용하여 위조하였다’라고 하였다가 ‘2013. 6. 집에서 딸과 공모하여 직인을 스캔하는 방법으로 위조하였다’라고 공소장변경 신청을 하였다. 검찰은 ‘같은 표창장을 위조한 것이 핵심’이므로 나머지 부분이 바뀌어도 동일성이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공범·일시·장소·방법·행사 목적 중 하나도 일치하지 않으므로 동일성이 없다’고 보아서 공소장변경을 불허하였다. 동일성 인정여부는 장래 1,2,3심에서 판결날 것이므로 우리가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고 이제 공소장변경 불허의 파장에 대하여 살펴보자

공소장변경 불허에 따른 승자는 변호사와 담당 판사다. 검사 스스로 ‘공소장 내용이 틀렸다’고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공소장 내용은 잘못 되었으므로 무죄입니다’라는 말과 거의 같아서 이 건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그냥 앉아서 무죄를 이끌어 낸 변호사가 된다. 판사도 검사가 제출한 수만 페이지의 증거를 거의 볼 필요 없이 무죄를 선고하면 되므로 간단하게 1개의 사건을 처리한 셈이 된다.

검찰과 법원 입장을 보자. 법에 의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한번만 기소가 가능하고 한번만 처벌 가능하다. 그런데 동일한 범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항소심 및 대법원에서 현재 1심 판사의 의견과 다르게 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명백히 죄 되는 사안이 처벌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부득이 1개의 표창장 위조에 대하여 2개의 중복된 사건으로 진행하여야 하고 대법원 판결 선고시까지 계속 유지하여야 한다. 결국 1개로 진행할 사건이 2개로 진행되어 불필요한 재판이 1개 늘어난 셈이어서 법원도 검찰도 불필요한 인력과 노력이 낭비된다.

2012. 9. 6. 위조 사건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어도 2013. 6. 위조 사건에 대하여는 계속 재판을 받아야 하고 당연히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오히려 1개의 재판이 2개의 재판으로 늘어나버려 피고인도 억울하다.

1심 판사의 엄격한 법률 해석으로 변호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고생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