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금호강과 바람부는 팔공산을 보며
비 내리는 금호강과 바람부는 팔공산을 보며
  • 승인 2019.12.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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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경북대 초빙교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며칠 전 관광 전문가에게 들은 이야기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 관광객들이 대구로 오는데 동화사를 보고 나면 갈 데가 없다고 한다. 갈곳도 볼 것도 없는 대구를 변화시켜야 한다. 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대구를 변화시키려면 금호강과 팔공산을 우선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금호강변을 산책하면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금호강변은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금호강이 너무 넓고 크게 느껴졌고 강물도 맑았다. 더운 여름에는 강에 들어가 수영을 하였고 추운 겨울에 스케이트를 타고 놀던 금호강이다. 금호강의 절경과 강변 생태공간, 둔치의 여유로움은 지역의 쉼터이다. 금호강이 많이 변했으나 외국 관광객을 데리고 갈만한 장소나 행사가 없다. 유람선, 불꽃축제, 불로 고분길과의 연계등 다양한 관광 상품개발이 필요하다.

팔공산을 오르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1천192m의 비로봉, 동화사, 갓바위, 기암과 계곡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왕건, 견훤, 신숭겸 장군의 전투 등 후삼국 시대의 우리 역사를 담고 있는 지역이다.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의 자랑이자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관광 명소이다. 동화사, 파계사, 은해사 등 소중한 사찰과 불교문화 유적이 있다.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산과 강과 공항이 가까이 있는 이런 명소는 드물다. 팔공산은 영남정신을 살리는 명산이다. 동화사 주지인 효광 스님이 들려준 이야기다. 일제 강점기 시절의 이상화 선생의 이야기다. 추운 겨울 어느 날, 암울한 시기를 한탄하며 대구의 한 음식점에 지역 유지들이 모였다. 나라를 걱정하고 일제 만행에 불만을 털어놓는다. 정보를 알아차린 형사가 들어오자 이상화 선생은 아무 말 없이 품속의 담배를 꺼내 물었다. 맨손으로 화로 속에 벌겋게 달아있는 숯불을 들고 담뱃 불을 붙였다. 뜨거운 숯불에 손이 타고 살타는 냄새가 진동하였다. 눈도 깜짝하지 않은 이상화 선생의 기개를 보고 형사가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이것이 영남정신이다. 선비정신, 새마을 정신, 화랑도 정신이 뿌리가 영남정신이다.

지난 18일 팔공산 아래 구암마을에서 ‘로칼 팜카페 8062’ 행사가 개최되었다. 농업을 알고 체험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도시민과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 농산물 판매를 촉진하는 목적도 있다. 회색빛 아파트에 찌든 도시 생활을 탈출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농업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는 체험 학습장으로 시민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후삼국시대나 일제시대, 6·25 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후손들에게 알려야한다.

본격적으로 귀농·귀촌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난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귀촌귀농이 아니다. 과거에는 농촌탈출, 이른바 ‘이촌향도(離村向都)’가 주류였다. 이제는 역으로 ‘이도향촌(離都向村)’ 현상으로 나타난다. 귀농·귀촌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생활패턴으로 자리 잡아간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된다. 삭막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 현대인의 생활 트렌드이다.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직업으로 도시근교 농업은 각광을 받고 있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66%가 귀촌을 희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귀농·귀촌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귀농 붐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선진국에서도 귀농 열풍이 분다. 과거에는 은퇴 귀농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취업 귀농도 많다. 미국은 유기농 붐으로 인해 8천30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에 귀농 열풍이 불고 있다. 영국도 앞서 귀농한 농가와 멘토링제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귀농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정년 귀농’보다 ‘취업 귀농’이 급속히 늘고 있으며 귀농지원센터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귀농은 농촌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고령화 되어가는 농촌에도 새 바람을 불어넣는다. 도시생활로부터의 ‘탈출형 귀농’이 아니라 제2의 인생을 농촌에서 시작하려는 ‘취업귀농’ 희망자도 많다. 귀농·귀촌 붐은 농촌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역균형 발전, 도농 상생을 위한 좋은 기회이다. 우리 농식품 산업을 성장시키고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다. 도시민들의 다양한 경험과 아이디어가 농업에 접목된다면 농식품 산업도 발전하게 된다.

성공적 귀농 정착을 위해서는 본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귀농의 핵심은 준비와 교육이다. 철저한 사전준비와 귀농교육을 제대로 받아야한다. 대구시에서도 시민들에게 농어촌과 연계한 다양한 귀농정보 습득 및 체험 창구를 열어야 한다. 농어촌 체험, 선도농가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통해 도시민의 귀농·귀촌 욕구를 충족시켜야한다. 관광 마인드를 접목한 팔공산과 금호강을 활용한 귀농 귀촌 대책은 대구시민들에게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대구시민의 취업귀농 정책은 대구와 경북을 동시에 살리는 새로운 동반성장 정책으로 효과를 낼 것이다. 관광 대구와 관광 경북 시대를 열기 위해서도 팔공산과 금호강을 활용하는 새로운 관광 정책이 필요하다. 비내리는 금호강과 바람부는 팔공산을 보며 많은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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