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경영자의 품격
[박명호 경영칼럼] 경영자의 품격
  • 승인 2019.12.2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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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격동기 한국경제를 견인했던 재계의 큰 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타계했다. 김 전 회장은 만 30세에 단돈 500만원의 자본금과 5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사업을 세계경영을 기치로 재계2위까지 키워낸 신화적 경영인이다. 구 명예회장은 20대 중반에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 두고 부친이 경영하던 회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하여 45세에 럭키금성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하여 70세까지 LG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끈 탁월한 성품의 경영자이다. 두 분 모두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될 정도로 숱한 영웅적 일화와 성과를 남겼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명언을 저서로 남긴 김우중 회장은 그야말로 일 중독자였다. 사업초기에 시간을 아끼기 위해 부인 정희자씨가 끓여준 갱죽을 늘 새벽 출근 차안에서 먹었다고 한다. 골프는 시간이 없어 치지 않았고, 고객과의 사업상 약속 때문에 하루 저녁에 무려 세 차례나 식사를 한 이야기도 꽤나 유명하다. 그의 ‘세계경영’은 대우라는 브랜드를 세계무대로 가져가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켰다. 김 전 회장은 해외체류기간이 1년에 280일을 넘길 정도로 해외 사업에 사활을 걸었고, 징기스칸처럼 세계를 누빈 탓에 사람들은 그를 킴기스칸이라고 불렀다. 그와 대우를 기억하고 있는 나라들은 여전히 많다. 10여 년 전 필자가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였을 때 우즈베키스탄 국가의 별칭이 ‘대우스탄’이라는 농담조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말은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대우의 경영 이념은 ‘도전, 창조, 그리고 희생’이라는 사훈에 녹아 있다. 그리고 김 전 회장의 삶은 개척자, 일 중독자, 승부사 등으로 자리 매김 된다. 1997년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은 해체되고 세계경영의 신화는 막을 내렸으나 그의 불굴의 도전정신은 경영인들에게 큰 교훈이 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호랑이선생님이라고 불리며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던 구자경 명예회장은 ‘사람 중시’를 기업의 경영이념으로 삼고 인간존중경영의 모델을 만들었다. 기업은 사람이, 사람을 위해, 사람에 의해 존재하는 경영실체임을 몸소 보여주었다. LG의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경영’은 사람이 곧 사업의 목표이고 사업자체임을 표현한 것이다. 자율과 책임경영을 절대원칙으로 내세웠다. 이것을 정도경영이라고도 하지만 기술입국을 꿈꾼 구 명예회장은 정도인생을 몸소 실천한 것이 아닐까한다.

우리나라 해외 진출 1세대였던 그는 1982년 미국 앨러배마주 헌츠빌에 한국 기업 최초의 해외생산기지인 컬러TV공장을 세웠다. 그 때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전자레인지나 셔츠 등이 겨우 세일품목으로 팔리던 때였으니 미국 현지에 컬러TV공장을 설립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앨러배마주의 미국인들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마침 그곳에서 유학시절을 보내었던 필자는 그 때의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여러 교민들과 유학생들에게 우리경제의 도약과 번영에 대한 희망과 자긍심을 심어준 자랑스러운 쾌거였기 때문이다.

윤석철 교수는 그의 저서, 『삶의 정도』에서 기업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갖추어야할 세 가지 필요조건을 제시하였다. 열정, 투자와 인내, 그리고 탐구적 노력이다. 먼저, 이성과 규범의 세계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고 무모해보일 수도 있는 도전이라 할지라도 일단 부딪쳐보겠다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둘째, 투자하고 인내하며 기다리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는 소극적 기다림이 아니라 적극적 기다림이다. 끝으로 상상력의 현실적합성과 그 실현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탐색과 노력이 필요하다.

1960년대 초 1인당 국민소득이 70달러도 되지 않았던 우리나라가 오늘날 3만 달러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룬 것은 이러한 조건들을 충실히 수행한 여러 경영자들의 초인적인 노력 덕분이라고 믿는다. 의미 있는 경영성과를 이룩한 경영자들은 부단한 자기수양과 미래성찰을 통해 축적된 인품과 가치관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고인이 된 두 경영인은 사람을 사랑하고 키우는 것이 경영자의 필수 덕목이라는 진리를 몸소 실천하였다. 고귀한 품격으로 시대의 사표(師表)가 된 두 분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그들의 교훈을 우리도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겠다. 그리하여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우리 경제가 새해에는 새롭게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또 한해가 지나간다. 12월은 사랑과 감사의 계절이다. 〈12월은〉에서 이해인 시인은 “12월은 우리 모두 사랑을 시작하는 계절입니다. … 세상사람 누구에게나 벗으로 가족으로 다가가는 사랑의 계절입니다”라고 했다. 세밑에 우리 모두 행동으로 사랑과 감사를 실천하여 새해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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