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웃음소리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골목 길 옆
재개발지구,
잡초 같은 소문만 무성한 나날, 지나 간다
티라노사우루스 아가리 같은 녹슨 시간들 버려져 있다
한 때 사랑을 싣고 달렸던 무성한 그리움도
달콤했던 욕망의 시간도
이젠 공룡 목에 걸린 화석의 뼈
티라노사우루스의 뱃속 같은 하루
그래도 생은 순간 순간 빛난다
망가진 추억, 별, 욕망 부스러기들
여기저기 나뒹굴고
철갑상어 아가리 같은 포크레인
녹슨 추억들 뜯어 먹고 있다
개와 늑대의 시간, 그 경계
삶과 죽음의 맞닥뜨림 그 경계, 어디쯤일까
아이들 웃음소리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하교의 골목길 옆
잡초 같은 소문들, 폐차장에
눈 감은 바람 소리없이 지나간다
▷경남 마산 출생. 본명 옥순. 동리·목월 문예대학 수학. 계간『문학예술』신인상 시부문 당선으로 등단. `시와 사람들’ 동인으로 울산광역시에서 창작활동.
폐차장은 현대 산업사회에서 갖는 기계문명의 종언을 보여 주고 있는 곳이다. 이 시는 그런 그로테스크한 현실을 남다른 시인의 안목을 통해 잘 보여 준다. `아이들 웃음소리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투명한 아이들과는 대조적으로 현대문명이 `녹슨 시간들 버려져’ 있는 폐차장은 지난날의 망가진 추억, 별, 욕망 부스러기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곳이다.
폐차장에 버려진 부스러기들은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다. 그것은 `한 때 사랑을 싣고 달렸던 무성한 그리움’과 `달콤했던 욕망의 시간’들이 남긴 과거의 잔재가 하교길 이이들의 웃음소리와 오버랩 돼 폐차장의 폐기된 사물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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