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母子 상봉…“성탄 최고의 선물”
32년 만에 母子 상봉…“성탄 최고의 선물”
  • 김수정
  • 승인 2019.12.2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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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어 가족과 헤어진 손동석씨
동부정류장서 발견 대성원 입소
대구경찰 도움으로 친자 확인
미국 입양 30여만에 가족 만나
어머니 김씨 “찾아와 줘 고마워”
 
23일 오전 11시께 대구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 사무실에서 32년 전 대구서 실종됐던 숀 페티프런씨가 가족과 재회했다. 김수정기자
23일 오전 11시께 대구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 사무실에서 32년 전 대구서 실종됐던 숀 페티프런씨가 가족과 재회했다. 김수정기자

 

“인생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23일 오전 10시 40분께 대구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 사무실에 앉아 있던 김모(여·63)씨와 손모씨 형제는 곧 가족을 만날 생각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내내 아무말도 않은 채 애꿎은 손등만 만지작 거렸다.

20여 분뒤 숀 페티프런(37·손동석)씨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자 김씨는 숀씨를 연신 얼싸안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어떻게, 어떻게…’라는 말만을 반복하며 아들의 등을 어루만지던 김씨가 눈물을 닦으며 뱉은 첫 마디는 “(우리에게)와줘서 고마워요”였다.

숀씨의 큰 형 손모씨는 32년 전을 잊을 수가 없다. 지난 1987년, 경북 영천의 삼촌집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던 5살배기 동생이 그만 사라지고 만 것. 대구로 출근한 엄마를 보겠다며 길을 나선 것이다. 손씨는 숀씨의 당시 행방에 대해 “함께 나오던 길을 기억했던 동생이 혼자 버스를 타고 대구까지 갔다가 길을 잃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동생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린 손씨가 당시 영천과 대구 전역의 고아원을 샅샅히 뒤졌지만 숀씨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32년 전 길을 잃어 가족과 헤어진 뒤 미국으로 입양된 숀씨도 지난 30여 년간 가족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숀씨는 “기억을 더듬어 당시 살았던 거주지 등을 인터넷 지도 등으로 찾아보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기억하는 영천의 일부 지역은 현재 인근의 댐 개방으로 인해 수몰된 곳이었다.

숀씨는 대구경찰의 도움으로 많은 해외 입양인들이 가족을 찾은 사연을 접한 뒤, 지난 9월 대구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에 ‘가족을 찾고 싶다’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수사팀은 메일을 받고 숀씨의 입양기록을 확인하던 중 지난 1987년 2월 숀씨가 대구 동부정류장에서 발견돼 대성원(현 아동복지센터)으로 입소한 것을 확인했다. 이어 숀씨의 한국 이름이 ‘손동석’이라는 것을 안 경찰은 1992년부터 주소변동이 없는 동명 아동의 자료를 찾았고 조회 대상자인 형 손씨에게 연락한 결과 어릴 적 동생을 잃어버린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확한 가족 확인을 위해 국제우편으로 숀씨의 DNA 샘플을 받아 어머니 김씨의 DNA 샘플과 비교 의뢰한 결과 친자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숀씨는 “너무 오랫동안 꼭 찾고 싶었다. (이제는)다 괜찮다”며 내내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어머니 김씨의 등을 토닥였다. 김씨는 “32년 만에 아들을 찾은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가족을 찾아준 경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김씨 가족은 “숀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면서 “이번 주 중에 아버지의 산소에도 함께 들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수정기자 ksj1004@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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