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귀가 길 골목을 오르다 보면
희미한 불빛 아래 미용실 주인이 바닥을 쓸거나
의자에 앉아 졸고 있다
셔터를 내려야할 하루를 머뭇거리게 하는
저 미용실은 손님 흔적이 뜸하다
짙은 화장 냄새 같은 형광등 불빛 아래 밤늦도록
매달아놓았을 늙은 주인아줌마가 홀로 꾸려가는
저런 낡은 거룻배 같은 미용실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이
허술한 내 미의 척도를 어리둥절케 한다
수년간 단골로 온 손님들도
용돈이 빠듯한 할머니들이거나
늘 알 만한 사람들일 것이다
악담처럼 미용기술을 익혔다는
소문만 자자한 그녀 소싯적처럼
누추한 미용실을 꽉 채우던 예전의 수다와 잡문들이
언제나 연줄로 남아서
저 배는 변화무쌍한 유행이 머릿결을 타고 넘실대며
갈 때까지 흘러갈 것이다
저는 어떤 미의 척도가 머뭇대는 것조차 흘러오는 동안
입술 달싹이던 싼 유행가 가사처럼
얼마나 고단의 문턱을 넘으며
해 저무는 수평선을 향해 노를 저을 것인가
쑥대밭처럼 자란 머리카락으로는
어떤 미의 척도 가늠조차 어렵지만
거품을 잔뜩 부풀리며 머리끝까지
하루의 피곤이 빼곡해도
풀이 금방 죽어버리는 시간이라는 하품을 바라보고 있다
◇제왕국= 한국문협회원, 한국시민문학(낙동강문학) 자문위원, 경남문협회원, 통영문협이사, 수필추천작가회 회원, 통영화우회회원, 한국민화협회 통영지회회원 등. 대구신문 명시상 수상(2014년) 등.
시집 <나의 빛깔>, <가진 것 없어도>, <아내의 꽃밭>
<해설> 시골 미용실은 늘 한적하다. 하긴 시골에 미용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실 미용실보다는 이용원이 시골 단골 메뉴다. 그런데 이용원은 좀 척박하고 뭔가 쉰 냄새 즉 바람기가 나는 듯하다.
한데 미용실은 어쩐지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여성이 주 고객이기 때문일까? 암튼 도시 변두리 한적한 미용실의 일상을 고풍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정감이 청음처럼 무럭무럭 자라난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