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호숫가 산따마르게리따에 가면
귀퉁이 접히지 못한 얼음판을 볼 수 있다
산따마르게리따 꽃 가면을 쓴 나뭇가지 사이로
누군가 둥근 음악을 흘려 넣을 때
바람은 훈훈했다
산따마르게리따에 가면
발끝으로 나누는 흙길과의 대화
맞댄 어깨로 나누는 밀어
사랑한다고
자물통들 손가락 걸고 있다
산따마르게리따에 가면
발효할 빛을 기다리는 입술 안에
데칼코마니로 밀어 넣는
팍팍한 닭 가슴살
귀는 반쯤 귀를 열어두어야
빛들의 대화 엿들을 수 있다
◇김건희=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수상 등단, 이상화문학제 백일장 대상, 최충문학상 수상, 형상시학 회장
<해설> 여행의 목적은 뭘까, 심신을 편안하게 살찌우는 것? 아니면 과거를 버리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것? 그도 아니라면 일상에 지친 쭈글쭈글한 삶을 아름다운 색으로 곱게 칠을 하는 것? 하여튼 그 목적이 뭐든지 여행을 떠났다면 그곳에 빠져 허우적이느라 내 모습 잠시 잊어도 좋은 듯하다. -정광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