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울한 ‘할렐루야’
음울한 ‘할렐루야’
  • 승인 2019.12.3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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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SQ힉스아카데미 대표 경영학박사
‘할렐루야’는 ‘여호와를 찬양하라’라는 뜻으로 절대자에 대한 경외와 벅찬 감격을 표현하는 말이다. 작곡가 헨델의 작품인 메시아, 그 44번째 곡인 ‘할렐루야’가 부활절과 성탄절에 가장 많이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부활절이나 성탄절이 아니어도 절대자를 만난 경외와 감격을 경험한 사람은 ‘할렐루야’를 외친다. 나에게도 ‘할렐루야’는 삶의 다양한 정황에서 하나님의 존재와 행하심을 경험할 때마다 힘차게 외치곤 했던 기쁨의 감탄사였다.

그러나 2019년의 성탄절을 보내고 2020년 새해를 코앞에 두고 예배를 드리는 오늘, ‘할렐루야’는 기쁨의 감탄사가 아니라 음울한 찬가이다. 2019년도의 우리 한국 교회의 이미지는 레너드 코헨의 ‘할렐루야’를 닮았다. 레너드 코헨의 ‘할렐루야’는 차갑고 깨어진(cold and broken) 찬가이다. 차갑고 깨어진 ‘할렐루야’는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다윗과 유부녀 밧세바를 배경으로 한다.



당신의 믿음은 강했지만/그걸 증명해야 했어요./지붕 위에서 목욕하는 그녀를 당신은 보았고/달빛 아래 그녀의 아름다움이 당신을 타락시켰어요./그녀는 당신을 식탁의자에 묶은 채로/

당신의 왕좌를 박살내고, 머리카락을 잘랐어요./마침내 그녀는 당신의 입에서 찬양을 끌어냈지요./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중략)/그것은 차갑고 깨어져 버린 할렐루야.



목욕하는 밧세바의 아름다움이 다윗을 타락시켰다. 그녀는 그의 왕좌를 박살내고 머리카락을 잘랐고 마침내 그로 찬양을 하게 했다. 왕좌는 박살이 나고, 머리카락은 삼손처럼 잘려 모든 힘이 빠져 버린 삶의 정황에서 그의 입에서 나온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그것은 기쁨과 감격의 감탄사가 아니라 차갑고 깨어져 버린 ‘할렐루야’였다. ‘할렐루야’가 이처럼 암울하게 느껴지다니, 그래서 다시 들어 본 레너드 코헨의 ‘할렐루야’는 역시 우울했다.

차가운 ‘할렐루야’는 현 정부가 사탄의 지배를 받아 교회를 말살하려 한다는 믿음을 가진 목사들의 찬가이다. 깨어진 ‘할렐루야’는 현 정부가 우리나라를 김정은에게 바치려 한다는 믿음을 가진 교인들의 찬가이다.

음울한 ‘할렐루야’는 ‘하나님 까불지 마’라고 하는 미친 소리에도 ‘아멘’으로 화답하고 그를 추종하는 교회의 찬가이다. 간음의 죄를 안고, 돈의 힘에 무릎을 꿇고 기름 진 음식으로 배가 부른 우리들의 입에서 나오는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그것은 깨어져 버린 차가운 우리들의 찬가이다.

올 한 해에도 여러 목사들과 교인들이 보낸 정치적인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 보내는 문자 외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여러 SNS 공간에 남기는 그들의 정치적인 발언은 애국적이며 또한 선지자적이다. 그러나 참으로 무례하고 고집스럽다. 운영자가 정치적인 글을 올리지 말라고 여러 번 부탁해도 함께 기도해야 한다며 그들의 고집을 꺾지 않는다.

마태와 가나나인 시몬. 마태는 세리로서 예수님의 부름을 받았고, 가나나인 시몬은 열심당원으로서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다. 민족의 배신자였던 세리 마태와 민족주의자였던 열심당원 시몬은 사회의 양 극단에서 공존이 불가능한 사상을 가지고 살아 왔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공존이 불가능했던 두 사람은 예수의 열두 제자로서 교회 안에서 함께 공존한다. 성경은 그들의 대립과 갈등을 전혀 기록하지 않는다.

예수님의 교회는 유대인을 넘어 이방인을 품었고, 남자를 넘어 여자를 품었다. 주인을 넘어 종을 품었고 친구를 넘어 원수를 품었다. 그래서 교회는 보수와 진보, 가난한 자와 부자, 높은 자와 낮은 자가 함께 아울려 하나가 되는 곳이다.

2020년 새해에는 우리나라의 정치계를 위해 조금 더 기도하려 한다. 특히 우리 대구가 건강한 보수 세력의 중심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 한국교회를 위해 좀 더 많이 기도하려 한다. 다 같이 함께 손잡고 음울한 ‘할렐루야’가 아닌, 기쁨과 감격의 ‘할렐루야’를 외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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